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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 테크

쿼드코어가 된다는 트리플코어 '헤카'

by 테리™ 200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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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장에는 AMD의 새로운 45nm 프로세서가 공급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들은 트리플 코어, 쿼드 코어 제품군으로 나누어 출시되어, 기존 65nm 기반 프로세서들의 문제이던 낮은 클럭 속도와 효율을 해결했다. 또한 기존 65nm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던 양산 문제까지도 해결을 해 소비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제품들이 여럿 눈에 띄고 있다.

그런데 파워유저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트리플 코어 제품인 코드명 ‘헤카’다. 페넘(Phenom)2 X3 브랜드로 출시된 이 제품은 특정 주차의 제품이 일부 칩셋 보드와 만날 경우, 메인보드의 특정 기능을 켜면 트리플 코어가 쿼드 코어 상위 제품으로 인식되고, 동작하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사용자들이 이 프로세서를 쿼드 코어 프로세서처럼 사용하고 있다.

많은 사용자들이 이런 트리플 코어 프로세서의 ‘변신’ 소식을 듣고, 이 특정 주차의 제품과 특정 칩셋의 메인보드를 구매하려고 했으며, 덕분에 이 제품은 가격에 웃돈까지 붙으며 곧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도 않은 일이지만 이제 이 사건은 전설로까지 남을 일이 되었다. 트리플 코어가 쿼드 코어로 변신한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군침 당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단순히 ‘쿼드 코어 프로세서를 트리플 코어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사건은 AMD가 메인보드의 특정 기능이 가지고 있는 버그에 대해 프로세서적인 측면에서 대처를 못 한 것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있는 제품을 돈 주고 산’ 꼴이 되는 것이다. 그 문제가 이득인지 아닌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 X3가 X4로 변신하는 것. 보기엔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특정 기능을 사용하면서 정상적인 환경으로 사용하려는 사용자들에게 이 일은 시스템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일에 다를 바 아니다. 당연히 트리플 코어 프로세서가 쿼드 코어로 동작할 경우 제조사는 정상적인 프로세서 작동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모든 안정성에 대한 보증은 무효가 된다. 이 경우 작업의 결과에 대한 보증은 그 누구도 해 주지 않고, 모든 책임은 사용자가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태생이 애매한 트리플 코어 프로세서는 가격 면에서도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쿼드 코어로 변신한다 해도, 특정 메인보드를 갖춰야 하므로 메인보드를 교체할 경우 제대로 된 쿼드 코어 프로세서를 구입하고, 기존의 메인보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 사건은 엄밀히 말하면 ‘버그’인 만큼, 쿼드 코어로 변신함으로 인해 상위 모델이 입을 타격과, 트리플 코어 제품에서의 제품 신뢰도 면에서 모두 문제를 만든 것이다. 앞으로 이런 모델이 한번 나온 이상 또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이런 제품이 반짝 인기를 끌더라도 결국은 자사 제품의 전체적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이미 AMD는 이전 제품인 쿼드 코어 프로세서 ‘페넘 X4'에서 L3 캐시의 TLB 버그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그 때도 메인보드 바이오스를 통해 문제를 덮었지만, 결국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제품을 새로운 모델로 내 놓으면서 기존 사용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일이 있다. AMD는 이번 문제에 대해서도 ‘메인보드 바이오스 수정’으로 해결한다고 하는데, 업계에서의 신뢰도는 어떻게 될까?

프로세서는 컴퓨터에 있어 ‘심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오류가 없는 프로세서는 없고, 모든 프로세서가 세세한 에러를 출시 전에 물리적인 면으로, 그리고 메인보드의 바이오스로 대부분 파악하고 수정해서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민감한 부분인 프로세서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시장에 나온 뒤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제대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프로세서의 안정성은 극한 상황에서 그 누구도 보증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책임은 사용자가 모두 지게 된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가 하드웨어적으로 딱히 티가 나지 않는 이런 트위킹으로 프로세서나 메인보드 A/S를 유발할 경우에 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도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어떠한 방법으로든 ‘개조’나 ‘변신’이 되었던 제품들은 초기에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사용 중 많은 문제를 만들어 냈고, 심한 경우 소위 ‘돌연사’ 등도 심심치 않게 보여왔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이 제품들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며, 그 책임 또한 사용자가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헤카’ 사건은 이런 유형의 또 다른 사례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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