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팁 & 테크

게이머여, 쿼드코어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by 테리™ 2008. 8. 28.
반응형

요즘 컴퓨터를 사러나가면 하나의 흐름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오픈마켓이나 가격비교 사이트에 걸린 완제품 PC 리스트를 보면 제일 위부터 '쿼드'라는 글자가 도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쿼드'가 아니면 컴퓨터 헛 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즘 온라인 마켓 분위기가 한 방향으로 쏠려 흘러가고 있습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소비자들은 '쿼드'에 손이 가기 마련입니다. 컴퓨터를 알던 모르던 눈에 잘 띄는 곳은 모두 다 쿼드로 꽉 차 있으니 자칫 스쳐 찍어도 집으로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달린 PC가 날라오기 좋을 상황입니다. 애초에 지불이 안되면 주문도 안 먹히는 법이니, 다들 그렇게 집에 쿼드코어 컴퓨터를 들이는 것 같습니다.

▲ MD 추천이라고는 해도 오픈마켓은 쿼드코어 천지입니다. (출처 : 옥션)

그런데 주문을 할 때, 쿼드코어 프로세서 외에 다른 부분은 얼마나 살펴볼까요? 프로세서 하나만 놓고서는 인터넷을 할 수 없습니다. 컴퓨터는 여러 구성요소가 서로 도움을 주며 작동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 몸에서 어디가 없고 어디가 안 좋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품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건강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세서가 매우 좋은 컴퓨터는 사람으로 치면 머리가 좋은 사람, 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가 좋으니 암기도 잘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부분이 머리를 못 따라간다면 어떨까요? 꼭 무슨 병에 걸린 게 아니더라도, 몸이 특정한 부분의 강함을 따라가지 못하면 꼭 탈이 나기 마련입니다.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까지 안 가더라도 무슨 뜻인지는 다들 짐작할 것입니다.

신약(身弱)이다 신강(身强)이다 하는 한의학 이야기가 컴퓨터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주의 원리나 신체의 원리나 하다못해 컴퓨터 조립하는 원리나 하나의 원칙, 원리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우주든 몸이든 조화로운 기운이 가득찬 것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고 상극인 딱한 상황이 거듭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고, 컴퓨터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 비싼 돈 들였는데 아예 안 돌아간다면 돌아 버리기 딱 좋죠.

컴퓨터를 오픈마켓에서 구입할 정도면 적어도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들이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껍니다. 인터넷이 좋은 게 무엇이냐면, 알고 싶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사양에 나오는 프로세서네 그래픽카드네 하는 단어가 있다면 거기 써진 그 글자 그대로 복사해 포털 검색창에 집어넣으면 뭐에 쓰는 물건인지 한글로 잘 나옵니다.

인터넷 뒤져서 이런 저런 이야기 읽다보면,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달린 컴퓨터를 샀다는 사실이 뿌듯해질 것입니다. 쿼드코어 잘 쓰는 분들의 무용담을 들어보면 스스로도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번지수를 잘 찾아야 합니다. 만약 자신이 주로 쓰는 소프트웨어, 특히나 컴퓨터로 온라인 게임이나 PC 게임, 에뮬레이션 게임 등등 '게임'자 들어가는 걸 주로 돌리는 분들은 프로세서만 갖고는 안 됩니다.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달렸습니다. 값도 50~60만원 정도라 싸게 건진 느낌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전원을 넣고 윈도우 운영체제가 뜨는 걸 지켜봅니다. 아아 예전보다는 상상할 수 없게 빠르게 뜹니다. 트레이로 일렬로 주르륵 뭔가 달라붙는 게 보입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바탕화면에 있는 게임 아이콘을 실행시켰습니다. 그런데 안 뜹니다. 어이쿠, 에러네요. - 이런 상황이 왜 벌어졌을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 쿼드코어가 아무리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안 쓰면 무용지물. (그래프 모습에 주목!)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깔아두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겁니다. 똑같은 소프트웨어라고 하더라도 하드웨어가 좋다는 건 잔디구장에서 축구하는 것에 비교할 수 있고, 하드웨어가 안 좋다는 건 먼지구장이나 진흙탕 막장에서 볼 차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튼튼한 축구선수의 몸은 실하게 짜여진 프로그램 코드에 비유할 수 있겠군요. 부실한 선수라면 대충 짠 코드겠고요.

서로 비교되는 두 개의 요소가 있습니다. 하나는 잔디구장 대 먼지구장 이라는 환경(하드웨어), 다른 하나는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와 다이어트 캠프 멤버(소프트웨어)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엉망진창이면 잔디가 아니라 뭐라고 해도 안됩니다. CPU 성능 쓰는게 뻔하다면 쿼드코어 할아버지가 와도 돌아가는 꼴은 뻔합니다.

국가대표 선수가 잔디구장에서 뛰어야 되는게 왜겠습니까? 부상 방지? 그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은 아니겠지요. 최적의 환경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해 최고의 경기를 펼치기 위한 조건입니다. 서로 인연 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변수가 하나로 뭉쳐 조화를 이뤘을 때, 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모두가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지는 것이지요. 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를 가장 잘 조립하는 방법은 단 하나, Only One입니다. 돈 많이 쓰면 됩니다. 최고의 부품을 모아 최고의 전문가에게 맡겨 깔끔하게 만들어내면 최강의 컴퓨터가 탄생합니다. 부품들 많이 올라오는 가격비교사이트 가서 제일 비싼 거 중에서 많은 가게들이 팔고 있는 부품을 잡으면 그게 최고의 부품이니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인터넷 견적 사이트에서 보면 MD 추천이 아니라 시간 순서대로 등록되는 것도 초지일관 '쿼드코어'가 주종입니다. 쿼드코어가 대세라는 점 하나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고, 누구다 돈 되면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본체에 달고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돈'입니다. 돈으로 발라 버리면 뭐든 안되는 게 있겠습니까? 돈이 안되서 머리를 쓰는 것이지요.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SLI까지 해 버린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어디 그게 뜻대로 되어야지요. 한정된 예산에서 컴퓨터를 조립해 쓴다면 절충해야 되는 상황이 오고야 맙니다. 로또라도 되서 마음껏 확확 지르면서 할 수 없으니 현실에 순응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컴퓨터 부품의 세계를 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어집니다.

프로세서를 꼭 쿼드코어로 고집한다고 했을 때, 이게 꼭 하나만 있는게 아닙니다. 시장에서 파는 것만 보더라도 가장 저렴한 Q6600는 21만원이고, 가장 비싼 QX9650은 103만원입니다. 여기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죠. 그런데 만약 Q6600도 어렵다면 과감하게 듀얼코어로 내려가면 됩니다. 듀얼코어로 가면 6만원(E2140)부터 있습니다. Q6600에 비해 15만원이나 여유가 나는 셈입니다.

▲ '쿼드코어 + 내장그래픽'은 정말로 피해야 할 조합니다. 위에 숫자 보이시죠?

대놓고. 돈 얘기 하면서 컴퓨터를 조립했을 때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QX9650 쓸 껄 Q6600 써서 82만원을 아꼈다거나, 아니면 Q6600 쓸 껄 E2140 써서 15만원을 아꼈다거나 한 점. 예산을 짤 때 상당히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일입니다. 실제로 컴퓨터를 조립할 때 단돈 만원이 아쉬운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프로세서 선택시 융통성을 발휘하면 저만큼 금전적인 여유가 직접적으로 발생합니다.

이와 비슷한 경우를 생각해 듀얼코어 중에서 중간 정도, 쿼드코어 중에서 중간 정도로 조건 만들어봤습니다. 8만원짜리 E2200 듀얼코어와 38만원하는 Q9450 쿼드코어를 구해서 내장그래픽부터 시작해 그래픽카드만 바꿔가며 게임에서의 실제 성능을 숫자로 뽑아봤습니다. '초당 프레임'이라는 단위라, 숫자가 크면 클수록 좋은 겁니다. 다 필요없고, 이런 비교에서는 더 큰 숫자가 왕입니다.

내장그래픽은 게이머에게 재앙이 따로 없습니다. 가격차가 30만원인데, 늘어나는 프레임이라는 게 0.6(1280x1024), 0.4(1600x1200)에 불과합니다. 30만원짜리 0.6 프레임, 0.4 프레임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다 17만원짜리 9600GT 하나 꼽아보면 쿼드코어는 153.7 프레임을, 듀얼코어도 139.7프레임을 기록합니다. 여전히 프로세서가 30만원 차이인데, 프레임은 이토록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습니다.

▲ 쿼드코어도 좋은 그래픽카드가 없으면 잠재력만 까먹습니다. 불쌍할 정도로.

앞서 본 게임은 듀얼코어에 최적화된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듀얼코어와 쿼드코어가 서로 차이가 있다고 생색내는 수준이죠. 게임에도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더 좋은 게임이 몇 있습니다. 이건 게임 만드는 회사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인데, 전문가나 하드웨어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이 부분을 체크해서 숫차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사람들은 알 도리가 딱히 없는 정보입니다.

쿼드코어 프로세서 덕보는 대표적인 게임이 밸브社에서 나온 하프라이프2입니다. '소스'라는 이름의 게임엔진을 썼는데, 이 게임엔진이 쿼드코어에 적합해 게임에서 차이가 좀 많이 납니다. 그런데 그 차이라는 것도 엄연히 이야기하자면 그래픽카드가 어느 수준 이상일 때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내장그래픽에서는 어차피 프레임이 뻔합니다. 듀얼코어와 쿼드코어가 소수점 단위에서 노는 사이죠.

그래픽카드에 과감하게 10만원 이상 써줘서 9600GT나 8800GT 정도 써주면 쿼드코어 게이머들은 천국을 구경하게 될 껍니다. 듀얼코어 프로세서에서 90프레임에 불과한 것이 144.2프레임으로 뛰어 오릅니다. 1.5배 가량 확 뛰어오르니 멀티 들어가서 남들보다 방아쇠 한번 더 땡길 수 있게 됩니다. 이 차이는 내 줘야 쿼드코어 쓰는 맛이 정말 잘 살아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면 그래픽카드에 대한 투자는 '필수'입니다.

남들 쿼드 산다고 따라 샀다가 '박스 까보니 내장이더라' 같은 일이 벌어져도, 엄연히 파는 사람이 뭐 들어 있는지 다 공개하고 판 것인지라 사기 친 게 아니어서 어디가서 부끄러워 하소연도 못합니다. 그저 모르는 게 죄죠. 컴퓨터를 살 때, 무턱대로 프로세서가 쿼드니까 클릭하기 보다는 돈 좀 더 쓰더라도 다른 부분의 구성이 어떤지 체크해 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더 좋은 컴퓨터를 만드는 길입니다.

컴퓨터 사양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돈'입니다. 컴퓨터로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뭘 사서 쓴다는 건 결국 '돈'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옵니다. 돈이 여유가 있다면 원하는대로 선택해 빵빵하게 사들이겠지만, 돈에 여유가 없다면 어디에선가 절충을 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디서 빼 어디로 보내는 그런 묘수가 필요한 게지요.

앞서 보았던 그래프는 일반 게임환경에서 싼 듀얼코어과 비싼 쿼드코어, 그리고 그래픽카드들이 어떻게 조합되는가에 따라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를 알아본 것입니다. 그래프는 달랑 두 장입니다만, 게임에서는 저 두 경향만이 존재하므로 저런 형태로 그림이 돌아간다는 점을 머리속에 새겨둔다면 나중에 한정된 예산으로 컴퓨터를 살 때, 정말 제대로 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현명한 투자로 더욱 빛납니다!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