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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 테크

'ARM vs Intel' 관전을 위한 교양지식

by 테리™ 200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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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종에 종사하다 보면 '암'이라는 단어를 꽤 많이 듣게 된다. IT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질병 이름이 더 먼저 기억나겠지만, 영어 단어 기준으로 본다면 이는 엄연히 기술적인 용어에 기반을 둔 명칭이 된다. 한글로 '암'이라고 읽히는 ARM(Advanced RISC Machines)은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 RISC 칩의 혁신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영국에 근거를 두고 지난 1990년에 설립된 이래, 주로 칩과 칩 기반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필요한 개발도구를 설계, 제조해 판매하거나 라이센스 비즈니스를 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 칩과 애플리케이션 개발도구 외에 칩 인프라스트럭처와 에코 시스템 구축에도 그 영역을 넓히고 있어, 이제 생활 속에서 ARM 칩이 들어가지 않은 디바이스 제품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본래 아콘 컴퓨터즈와 애플 컴퓨터의 합작 회사로 설립된 ARM은 아콘의 RISC 머신에 들어간 RISC 칩을 더욱 발전시키는 수준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제 ARM이 만든 ARM 아키텍처는 수 많은 주문형 반도체(ASICs)의 내장코어로 채택되고 있다. 주로 저전력 기기에 적합한 사양을 갖추고 있어, 임베디드와 모바일 기기에서는 대부분 ARM 아키텍처 기반 칩을 쓴다.


▲ ARM의 기원이 담긴 한 장의 '문서'

ARM은 19년여에 걸친 세월 동안 RISC 칩 설계로 일가를 이룬 기업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정체성 그 자체는 19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ARM의 대표인 튜더 브라운(Tudor Brown)이 보여준 한 문서를 보면, 맨 처음부터 '저전력'이 최상위 우선순위를 지닌 '미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Cortex' 등 여러 코어들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문서는 ARM 설립 후 21일이 지난 후, 설립에 참여한 ARM 원년 멤버들이 모여 앞으로 ARM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와 지향점 등을 적어본 내용이다. 애초부터 스마트한 칩을 포터블 및 임베디드, 자동차 등에 투입할 작정이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극동아시아가 거점으로 다뤄짐을 볼 수 있다.

1장의 문서, 그나마도 일부분이긴 해도 19년 전에 설립된 회사가 이미 설립 당시부터 10년 후 시장을 예견하고 거기에 맞춰 움직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플랜 하에, 이제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IT 제품의 4분의 1 정도가 ARM과 관련된 솔루션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최근들어 더 부각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 이슈와 맞물려 ARM의 인기가 더욱 탄력받고 있다.

2008년부터 촉발된 MID(Mobile Internet Device) 등 인터넷 접속기기의 경쟁이 2009년에 더욱 더 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ARM은 2009년에 양판될 제품들에 들어갈 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ARM의 창립목적이기도 한 'Low Power'임을 직시했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에 정식으로 공개된 2008년형 솔루션들은 철저하게 '절전'(Energy Efficiency)이 중심이 된다.

'절전'이 앞장선다고 해서, 기능이나 성능이 낮아지는 건 물론 아니다. 코어 자체의 효율화와 혁신은 아키텍처 자체의 진화를 통해 이루면서, 이를 보조하는 여러 방면의 준비가 더해지는 형태로 비즈니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현재 ARM은 에너지 효율성을 지닌 프로세서 외에 네트워크 컨트롤러, 인터페이스 관련 칩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자체적인 개발 외에도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Common Platform'이라 명명된 조직이 대표적인 경우다. 'Common Platform'은 IBM 주도로 차터드, 삼성전자 등이 참여한 기업연합이다. 여기에 칩 솔루션을 ARM에서 만들어주고 있다. 또 32nm 공정 칩 개발에 나서 ARM 아키텍처의 효율성을 높이는데에도 업계 공동의 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 ARM의 라이센스를 보유한 코어는 각계각층에 포진해 있다.


▲ 모바일 시장에서는 ARMv7-Cortex 계열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ARM 아키텍처 코어 중에서 양산 제품군에 주로 투입되고 있는 것은 ARMv4, ARMv5, ARMv6, ARMv7 정도다. 이중에서 ARMv7은 'Cortex'라 불리는 코클럭/저전력 코어로 분리되어 따로 다뤄지곤 한다. 모바일 시장, 특히 MID 시장에서 Cortex 기반 칩이 종종 선보이는데, 대개 고클럭과 다이나스톤 기준 벤치마크 결과 등의 이점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쓰이는 ARMv4 아키텍처는 32비트 코드의 이점을 살리면서, 메모리 효율성을 높이는 형태로 산업기기와 완구 등 프로세싱 파워가 필요한 각종 제품에 널리 쓰인다. ARMv5는 1999년에 있었던 DSP 명령어 세트 추가와 성능 개선(ARMv5TE)와 2000년에 있었던 자바가속기 'Jazelle'의 추가(ARMv5TEJ)로 업그레이드되었다. 2001년에 나온 ARMv6 아키텍처가 이것의 강화판인데, 유사한 기능을 내면서도 상대적인 단가 부문 장점이 있어 여젼히 현역이다.

ARMv6 아키텍처는 멀티 프로세싱과 메모리 효율성 등이 강화된 것과 더불어 SIMD(Single Instruction Multiple Data) 명령어 처리를 지원하는 인스트럭션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발표당시인 2001년에 불었던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멀티미디어 지원 추세와 관련이 있다. 시장에 투입되는 제품들에 미디어 플레이어나 TV 수신 등이 요구되는 것이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크게 일어났는데, 이 때 시장에서 활약한 제품들이 ARMv6 아키텍처 기반 칩을 쓴 것들이라고 한다.

Cortex 아키텍처는 ARMv7 아키텍처의 일종이긴 하나, 다소 독특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 ARM 아키텍처를 보면 ARM11 아키텍처까지 후속 모델이 갖추어져 있으나, 소비전력이나 칩 특성 등이 다소 다르다. 특히 코어의 동작 클럭 측면에서 ARMv8~ARMv11까지 Cortex 아키텍처에 미치지 못한다. 동작 클럭에 따른 성능이 매우 중시되는 리테일용 MID 제품에는 동작클럭이 높게 나와 실성능도 높은 편인 Cortex가 유리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Cortex에 기반을 둔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ARM에서도 'GPU'를 내놓는다. 슬라이드는 'Mali GPU 로드맵'


▲ Mali GPU는 코어 기반 에코시스템을 지향한다.

작년에는 ARM 아키텍처에 기반을 두고 발표된 여러 모바일 프로세서 또는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칩들은 모두 그래픽 가속 모듈을 칩 내에 별도로 구성하는 디자인을 갖췄는데, 이 부분에 대응되는 것을 ARM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 출시했다. 'Mali'라 명명된 GPU는 여타 상용 GPU와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 구동에 필요한 여건을 두루 갖추고 출시되었다.

성능에 따라 Mali-55, Mali-200, Mali-400MP 등으로 라인업이 분화되는데, 모두 OpenCL과 OpenWF 규격을 지원한다는 점과 구조적으로 CPU와 GPU를 비롯해 비디오 처리 기능을 한데 담는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주요 제조사에 라이센스가 부여된 상태로, 장차 보다 저렴한 모바일 또는 임베디드 디바이스에서 비주얼 가속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참고로 'Doom'을 동작시킬 수 있다.

ARM은 코어 아키텍처와 Mali GPU 외에도 MCU, Physical IP Core/SoC 등의 설계와 제작, 라이센싱에도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프리 라이브러리 프로그램과 실리콘 레벨에서의 파트너쉽도 중요한 에코시스템 구축작업으로 다루고 있다. ARM은 단순히 칩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칩과 관련된 비즈니스 전반에 리더십을 확보하며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 '웹 2.0' 화두는 ARM에게도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 ARM이 모바일 시장에서는 '본좌'다. 천하의 인텔이 '도전자' 신세다.

ARM의 튜더 브라운(Tudor Brown) 대표는 "웹 2.0으로 가면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 컨슈머 쪽에서도 변화가 이루어진다. 기종간에서도 이종 교차가 가능한 환경 구현될 것이다. 컨슈머 기기와 연동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ARM이 어떤 시장을 보고 있는지 밝힌 바 있다. 또 "경기가 어렵지만, 모빌리티, 커넥티비티, 파워 이피전시 등은 이슈가 될 것이다. 같이 협력해 나가야 된다"고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인텔이 들고 나온 'MID' 이슈가 예전부터 그 자리(모바일, 임베디드 등)에 있던 ARM을 자극해 끌어내는 형태로 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이기종 혼합이라고는 하나, 결과적으로는 '인터넷 디바이스'라는 속성 자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RISC냐 CISC냐 하는 10년 전 이슈가 다시 떠오르는 그런 상황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적어도 MID 시장에서만큼은 ARM이 종주권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이 x86 아키텍처로 PC 시장을 평정한 것은 사실이나, 모바일과 임베디드 시장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 불가피하다. ARM은 이미 절대다수의 폰 기반 시장을 장악한 상황인데다 이동통신사와의 연계가 인텔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폰(Phone)' 시장에서는 인텔을 도전자 위치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 ARM은 인터넷 접속 디바이스 전반에 모두 자사 세력을 구축해뒀다.

핸드폰, 스마트폰 등 폰(Phoen) 시장에서 'ARM이 본좌'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PC 기반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에서는 인텔이 '본좌'다. ARM과 인텔 모두 행사에서는 서로 추구하는 그림이 다르다는 둥, 서로 다른 해석을 하나 실물시장에서 제품 파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서로 경합하는 건 둘러치나 매치나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둘이 공존하는 시장이 있다. 노트북 시장은 인텔의 칩과 ARM의 칩이 공존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흔히 '인스턴트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기능은 인텔의 프로세서를 부팅시키지 않고, PDA식으로 노트북에 집적된 ARM 칩이 오퍼레이션을 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이 기능이 들어간 PC를 '하이브리드 PC'라고 하는데, 넷톱과 비즈니스 노트북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노트북 구조는 인텔 아키텍처 기반으로 짜여지는데, 그 별도로 ARM 아키텍처 기반 구동환경을 내부에 따로 갖춰 스위칭에 따라 선택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하이브리드 PC'라 한다. 인텔 칩 기반에서는 성능과 범용성을, ARM 칩 기반에서는 전력효율과 인터넷 활용 등을 장점으로 갖기 때문에 상호절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인텔과의 '대충돌' 임박

문제는 작금의 경기침체가 시장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가다. 경기가 좋고 돈이 돈다면 사람들은 돈을 더 주더라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하이브리드 PC를 사거나 고성능 스마트폰, MID 등을 여럿 사서 다 쓸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악화된다면 이런 계층은 그 수가 매우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며, 선택에 따른 제한적인 소비를 할 수밖에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인터넷을 안 쓰고 사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 기기를 거치형과 이동형 두 가지로 나눠 가지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시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치형과 이동형 시장이 분화된다면 결국 각각의 진영에 깃발을 꼽고 있는 인텔이나 ARM이나 서로 상대방 시장을 뺏는데 골몰할 수밖에 없다.

각 사의 포트폴리오를 본다면 인텔이 상대적으로 유리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PC를 통해 거치형 시장을 잡은 상태에서 기존 노트북과 넷북 라인업에 MID를 더해 이동형 기기 시장을 잠식하는 그림이 가능하다. 반면 ARM은 휴대폰 시장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동통신사의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와 융합하는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텔레비전 등 가전기기를 통해 거치형에 침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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