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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 리뷰/문화 리뷰

마일드 비츠 & 어드스피치(Mild Beats & Addsp2ch) - M&A

by 테리™ 2009.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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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베테랑 뮤지션의 인수 합병, 어눅한 비트를 타고 세상를 표현한다.

 
엔에이, 기술 혁신을 위한 대응이나 기업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써의 기업간 인수 합병을 이르는 경제용어입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이 단어가 힙합 레이블에 넘어오면 어떤 뜻이 될까요?

  2005년 [Loaded]라는 앨범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마일드 비츠(Mild Beats, 서동현)과 2003년 데뷔한 이래 특유의 걸쭉한 플로우(랩 스킬? 입심?)로 상당의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어드스피치(Addsp2ch, 유찬영)은 2008년 프로젝트 앨범 [M & A]을 발표합니다.

  앨범명 [M & A]는 두 뮤지션의 이름 첫 어리글자를 딴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둘의 결합으로 음악적 혁신과 시너지를 앨범에 담고자 했던 그들의 의도이기도 할 것입니다.

  TV 쇼만 보아오던 분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뮤지션이기에 여기서 잠깐 소개를 하자면, 마일드비츠는 앞서 이야기한 [Loaded]라는 앨범으로 수준 높은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힙합 마니아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뮤지션으로 그 결과는 초판 품절 - 재발매로 이어지기도 했죠.

  어드스피치는 2003년 EP앨범 [Soliloquize]로 데뷔한 힙합 뮤지션으로 거친 보이스에서 나오는 화려한 플로우가 매력적인 랩퍼라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할 만한 이력이라면 대학에서 음악이 아닌 필름 연출 쪽 공부를 했고, 또한 뮤직비디오 등에서 실제로 연출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힙합에서는 확실한 자기 영역을 갖고 있는 두 뮤지션의 음악적 인수 합병, 그것이 이 자리에서 주절거릴 "꺼리"입니다.


  마일드비츠앤어드스피치의 앨범 [M&A]는 앨범 디자인으로 인해 마니아층에서는 '블랙' 앨범으로 통합니다. 그만큼 많은 화자거리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전체적으로 샤프하기보다는 묵직한 비트를 보여주며, 어드스피치의 중저음 보이스로 뽐내는 플로우는 리스너(Listener, 聽者)로 하여금 충분히 그루브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전체적으로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사회의 단상과 일상에서의 감상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크게 거친 표현을 쓰지는 않는 편입니다.(인디 씬 여타 힙합 뮤지션들의 거친 욕설이 범벅된 랩에 비한다면야 '양반'입니다.)


  앨범은 총 18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러닝타임 72분 46초로 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아쉽지 않게 다양한 곡들을 수록 하였습니다.

 01. Tranquil Announcement
 02. Play Back
 03. Liar
 04. 인터넷
 05. Everything Changes (Feat. Red Roc)
 06. 포츈쿠키 (Feat. 스토니스컹크)
 07. 안개비 (Feat. 사이공)
 08. Money Or Badge
 09. Mild Beats & Addsp2ch
 10. Let Me Higher
 11. Hey Ho
 12. Adios (Feat. Soulman)
 13. 속 마음
 14. 아픈 배
 15. 화(禍) (Feat. 마르코)
 16. 표정연습
 17. Mama & Papa
 18. I Wanna Say.

  그 중 필자 취향에 따라 추천하는 몇 곡을 간추려 보았습니다.

 
 04. Internet - 용기없는 나란 놈. 하지만 인터넷은 내게 보여줘. 대화. 싸움. 사랑. 모든게 가능하잖아.
  제목 그대로 인터넷에 찌든, 이른바 '인터넷 중독' 에 이른 이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해학이 담겨있는 곡입니다.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가 낮게 깔리면서 다소 진지한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 그나마 이 곡이 개중 흥을 크게 돋구는 곡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을 본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꼽고 싶은데, 대중성 면에서는 6번 트랙 포츈 쿠키가 더 설득력 있겠죠.    

 
 06. Fortune Cookie - 시작점을 모르는 레이스에 누가 끝을 알겠어? 가만히 눈감아. 중요한 건 너!
  어드스피치가 진행하는 벌스와 스토니스컹크의 건조한 보이스의 레게풍 후크가 맛깔스럽게 버무려진 곡입니다. 마일드비츠와 어드스피치 두 뮤지션 모두 분명 힙합 마니아 사이에선 나름의 지명도를 갖춘 실력파들로 인정받고 있지만 언더 레이블의 한계는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빌보드에서 놀고 있는 스토니스컹크와 작업을 같이 하게 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분명 "기회"였고, 그 기회를 잘 살린 곡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가사에서도 충분히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07. 안개비 - 시작점을 모르는 레이스에 누가 끝을 알겠어? 가만히 눈감아. 중요한 건 너!
  '안개비보다 이슬비가 더 짙게 내린다.'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곡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칠전팔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차 안에서 우울할 때 들으면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이공'라는 뮤지션의 후크에서 타이거JK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곡의 흐름를 갖고 노는 듯 지루한 듯 귀찮은 투로 내뱉는 그의 후크와 아웃트로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13. 속마음 -  꼬마야~ 저기 저 다리를 저는 나그네들의 말들, 믿지마... 세상은 그때 그때 달라
  '세상을 비뚤어지게 바라보는 어느 힙합 뮤지션의 푸념', 본 곡을 표현하자면 그런 것 같습니다. 대개 비판적인 메시지의 곡들은 라임을 강조하고, 욕설 등을 자주 혼용하여 표현을 격하게 하는 편인데, 마일드비츠앤어드스피치는 라임보다는 리드미컬한 플로우로 시니컬하게 곡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 들어는 줄께'하는 생각을 갖고 랩퍼의 지껄임을 귀기울기고 있으면 어느새 곡은 끝나 있습니다.

 
16. 표정연습 -  늘 그래왔듯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 연습...
  이 곡에 대한 소개는 짧게 하겠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허무', 술에 양껏 취해 노래방에서 벽 한켠에 몸을 기대고 지껄여 봄직한 곡입니다.

  가볍게 힙합을 즐기는 부류는 랩퍼의 목소리 스타일이 취향에 크게 구애되는 편일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랩 스타일을 쉽게 고음역대에서 쏘아붙이듯 하는 스타일과 중저음대에서 리드미컬하게 진행하는 스타일 양자로 구분했을 때 어드스피치는 후자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M&A'는 어두운 분위기를 많이 띄는 앨범입니다. 앨범 디자인도 그러하고, 불리워지기도 '블랙' 앨범입니다. 또한 남성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박력보다는 비장함에 치중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앨범이고, 힙합을 입문(!?)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추천되고도 남을 작품인 것 같습니다. 외적으로 드러나는 스토니 스컹크와 쿠시, 프라이머리, 소울맨 등의 피쳐링/세션 라인은 마일드비츠와 어드스피치가 갖는 힙합 계열에서의 그들의 입지도 짐작케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자기 성향을 갖고 있거나, 귀가 깐깐한 분들에게는 거슬리는 부분이 한두군데 띄는 것도 사실입니다. '랩은 곧 메시지'라는 주관을 갖고 힙합을 대하는 리스너에게는 분명 어드스피치의 플로우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에는 분명 호불호가 존재합니다만, 필자가 평하건대 언더그라운드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두 힙합 뮤지션의 전략적 합병은 가히 성공적이었으며, 그에 대한 결과물인 『M & A』프로젝트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보여준 앨범이라고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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