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로슈머 리뷰/IT, 디지털 리뷰

스트리트 파이터 4 (PS3)

by 테리™ 2009. 3. 21.
반응형

금발 남자가 주먹을 쭉 내미는, 지금 기준으로는 참 단조로운 동영상(?)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오락실을 주름잡던 것이 벌써 20여년 전은 된 것 같다. 첫 출시가 1991년이니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 후속작인 3편도 1999년에 프랜차이즈가 마무리되었으니, 2-3-4 세 편은 근 10여년 터울로 우리 앞에 차례로 나타난 셈이다.

어떻게 보면 대전액션의 중흥기를 2편이 열고, 황혼기를 3편이 마무리하였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 게임 팬들에게 이처럼 신화가 된 게임은 앞으로도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정도다. 액션 게임의 유행을 살펴보자면 근 10여년 동안 대전은 가고 1인칭 슈팅게임의 시대가 열렸었는데, FPS 장르의 대세를 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스트리트 파이터 4'의 시대가 열린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게임을 하드디스크에 설치해 즐길 수 있어 아케이드 처럼 로딩이 매우 짧은 게임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다, 마치 수묵화처럼 붓을 덧대 그린 듯한 정성이 하늘을 찌르는 비주얼을 보면 경탄을 넘어 경악을 할 정도다. 게다가 PS3 버전은 조이패드로 대전액션을 즐기기 편한, 익숙한 듀얼쇼크3 컨트롤러를 써서 가볍게 기술을 넣으며 격투를 즐기기 좋다.


▲ 2, 3편을 거치면서 한층 더 아름다워지신 '춘리'

한동안 대전액션 게임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를 꼽자면 여러 가지 겠지만, 대외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게임 내적인 부분만 살펴본다면 그 무엇보다 너무 어려워져서 대중성이 희박해진 때문이 크다. 2편만 하더라도 스틱을 반의 반만 돌려도 어지간한 기술 다 나갔고, 아케이드 해킹 버전까지 가면 장풍을 이리저리 구름처럼 띄우고 그 속을 돌아다니는 것이 초심자라고 해도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괜스레 작품마다 차별점을 준다면서 기술 쓰기 난해한 걸 혁신으로 아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제한된 입력 환경에서 다이나믹한 기술을 구현하자면 결국 조작이 문제가 되긴 하는데, 좀 멋있어 보이는 기술은 인간의 경지를 논하게 만들법한 복잡한 조작과 타이밍 감각을 동시에 요구해 일반 대중들이나 초심자들이 점점 더 게임에 덤비기 어려워졌다.

'스트리트 파이터 4'가 이전 작품(3)이나 다른 대전액션 게임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면, 올드 게이머나 초고수 외에 초심자들도 덤빌 수 있는 '밸런스'가 갖춰졌다는 점이다. 초고수들이 펼치는 프레임 레벨의 격투도 가능하면서, 동시에 초심자들이 막싸움을 하는 것도 그리 괴리감있게 여겨지지 않는 편이다. '중용'의 도를 실현했달까, 대전액션 장르가 살 길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캐미를 선택하면 가족(특히 와이프) 눈치는 꼭 보게 될 듯. 그러면서도 고른다면...

게임에는 기본적으로 16명의 캐릭터를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에서 시작한다. 노 컨티뉴로 깨다보면 9명의 숨겨진 캐릭터들을 꺼낼 수 있는데, 이들은 인기투표를 통해 선정된 그야말로 인기캐릭터들이다. 주인공 스승님과 같이 강중약이 상중하가 되는 독특한 캐릭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인 '캐미'가 등장한다. 3편을 먹여살렸던 그녀가 기다리고 있으니, 근성으로라도 '언락'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부분이지만, 대중들에게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되살려 게임의 흥행 가능성을 높인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다른 게임으로 원정갔던 '단'도 도발전설의 전설을 이어주고 있고, 류를 스토킹해 온 사쿠라도 여전한 모습이다. 게다가 이런 캐릭터들의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다보면, 한글자막이 입혀진 애니메이션까지 나와 참으로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또 게임 중 이벤트도 맛깔난다.

10년만에 하나 나온 게임답게, 10년 내에 이런 게임이 또 나올까 싶은 그런 완벽한 게임이 하나 출현했다. 너무나 뛰어난 상품성과 가치를 완벽하게 포용해냈다. PS3를 가진 사람이라면 본체와 명운을 함께 할 그런 타이틀이 하나 생긴 셈이다. '어른의 생각'이라지만, 요즘같은 경제위기 속에서, 캡콤의 주식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다 들 정도다. 캡콤이 이룬 업적, '스트리트 파이터 4'에 경의를 표한다.


▲ 그야말로 '소장용 게임'

12세이용가 / 평점 : 10점(10점 만점)

원문보기 댓글보기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