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팁 & 테크

인텔 프로세서의 발자취 : 2부 (Pentium)

by 테리™ 2008. 12. 12.
반응형

인텔의 5세대 x86 프로세서의 이름은 지금까지의 관례처럼 80586이나 586이라 부르지 않았다. 숫자만의 제품명은 상표권 등록을 할 수 없었다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경쟁 업체와의 차별을 위해 인텔은 과감히 브랜드명에서 익숙한 숫자 대신 새로운 브랜드를 내세웠다.

그래서 나온 브랜드명이 펜티엄(Pentium)이다. 이 브랜드는 이후 10여년을 장수하며 최고의 성능을 나타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새로운 브랜드가 나왔음에도 아직 엔트리급 프로세서에서 그 이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영광과 굴욕을 동시에, '펜티엄 시대'

초기 펜티엄은 기술적으로, 성능적으로, 그리고 그 이외의 점으로도 많은 화제거리를 남겼다. 가장 큰 변화는 파이프라인 구조와 함께 효율을 높이기 위해 RISC 프로세서에서 주로 사용되던 슈퍼스칼라 구조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슈퍼스칼라 구조는 프로세서 내에 복수의 파이프라인을 두고, 복수의 명령어를 동시에 실행하는 기술이다. 한 클럭에 하나 이상의 명령어 수행이 가능한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파이프라인 개수만큼의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으나, 동시 실행 가능한 조건에 의존성 제약이 있다. 제약사항을 피하기 위해 프로세서에는 분기 예측 유닛이 들어가고, 분기 예측 확률에 따라 파이프라인의 활용도와 성능이 결정된다.

인텔은 펜티엄에 이 슈퍼스칼라 구조를 채택해서, 486 프로세서와 비교할 때 동 클럭에서 2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이루어 냈다. 초기에 나온 66MHz 펜티엄은 100MHz 486DX4가 성능 면에서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보였고, AMD가 486의 마지막에 선보인 133MHz DX4급 프로세서는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으로는 펜티엄 75MHz에 근접했지만, 실 성능은 다소 격차가 존재했다.

또한, 외부 버스 폭이 64비트로 확장되었다. FSB를 사용하는 시스템 구조에서 시스템 버스가 64bit로 늘어나는 것은 유효 대역폭의 큰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본 시스템 버스가 486에서의 33MHz 수준에서 66MHz 까지 큰 폭으로 올라서, 전체적인 시스템 성능이 대폭 개선되었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가 64비트로 동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세서는 내부적으로는 32비트로 동작한다.

외부 버스 폭이 64비트로 확장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SIMM(Single in-line memory)의 구성이 문제가 되었다. SIMM은 32비트 버스 폭을 가지는 모듈이었고, 486에서는 하나만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펜티엄에서는 두 개씩 짝을 지어서 사용해야 했다.

현재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듀얼 채널 메모리의 할아버지뻘 되는 구성 방식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는 나중에 64비트 버스 대역폭을 가지는 DIMM (Double in-line memory)구성의 SDRAM이 보편화되면서 해결되었다.

물론, 이 이전에도 메모리를 두 개씩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존재했다. 386, 486 초기에 사용하던 30핀 메모리 모듈의 경우엔 16비트 버스 폭을 가지고 있었으며, 32비트 버스를 사용하는 386, 486 시스템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개씩 짝을 맞춰야 했다. 이 시절이 듀얼채널 메모리의 시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펜티엄 코어의 내부 모습

또한 초기 펜티엄의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사건이 FDIV 버그이다. 초기 펜티엄 프로세서는 부동소수점 연산기에 버그가 있어, 일부 계산에서 잘못된 결과값을 내 놓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는 1994년 미국 린치버그(Lynchburg) 대학에서 한 교수가 발견하였다. 90억번의 무작위 부동소수점 나누기 연산에서 한 번 나올 정도의 확률을 가진 버그이지만, 이 문제는 전 세계를 술렁이게 할 정도로 크게 번졌다.

결국 인텔은 이 문제를 가진 프로세서에 대해 전량 교환을 실시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판매량에 비해 회수된 프로세서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 버그는 초기 P5, P54C 100MHz 까지의 모델에서 발견되며, 120MHz 이후의 모델에서는 수정되었다. 또한 수정되지 않은 프로세서라 하더라도 운영체제 차원에서 보정 기능이 지원되어 사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편, 이 당시의 프로세서는 다양한 FSB와 배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배수 제한 등이 없었기 때문에 오버클럭은 둘째치고, 리마킹이 극성을 부리던 시절이었다.

프로세서 위의 마킹을 위조해 더 비싸게 파는 리마킹은 주로 FSB 60MHz를 가지는 90/120/150MHz 프로세서들이 100/133/166MHz로 둔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리마킹은 펜티엄 초기까지 극성을 부리다가, 펜티엄 2 이후 기술적으로 리마킹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된다.


▲ MMX 기술이 내장된 펜티엄 프로세서

코드명 P55C, 펜티엄 MMX(Pentium with Multi-Media eXtention Technology)는 x86 역사상 가장 큰 명령어 체계의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x86 명령어셋 이외에 57개의 새로운 MMX 명령어를 추가한 것이다. 이 명령어는 주로 정수 연산에 관련된 명령어였으며 이미지 처리와 사운드 처리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펜티엄 MMX는 L1 캐시 용량을 늘리고, 분기 예측 유닛을 개선하여 효율을 9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기존의 P54C 계열 펜티엄에 비해 MMX 명령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동 클럭에서 다소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

코드명 틸라무크(Tillamook)로 불리는 모바일 버전의 펜티엄 MMX 프로세서는, 그 이전까지의 모바일 프로세서가 단순히 구색만 맞추는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프로세서와 메인보드 디자인까지 패키지 개념으로 디자인된 프로세서였다. 인텔이 본격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게 이 시절부터이다.

이 프로세서는 430TX와 512KB의 L2 캐시를 같이 묶어서 패키징하였으며, 최적화된 디자인 덕분에 동클럭의 데스크탑 프로세서보다 좋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낮은 전압으로 적은 전력소모를 보였다. 233MHz 틸라무크는 TDP가 4W가 채 되지 않는다.


▲ '오버드라이브' 제품군은 소켓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도와줬다.

펜티엄 프로세서 제품군에서 가장 이색적인 제품군이라면 역시 오버드라이브(Overdrive) 제품군이다. 이 제품군은 한 세대 전의 소켓을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프로세서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었다.

일반적으로 프로세서 소켓이 다르거나, 혹은 전압 지원 등의 문제로 프로세서 교체가 여의치 않을 때 주로 이 프로세서가 사용되었는데, 이를 위해 오버드라이브 프로세서 안에는 자체적으로 배수 조절을 위한 클럭 제네레이터와 전압 조절 모듈이 탑재되어 있었다. 메인보드에서는 단지 FSB만 받고 자체적으로 배수를 설정하여 동작하였으며, 전압 또한 프로세서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였다.

초기 펜티엄 오버드라이브 프로세서인 P24T는 486 프로세서 시스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486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에 맞추기 위해 외부 버스 폭이 32비트로 제한되었으며, FSB는 25/33MHz에 2.5배수로 동작하였다. 플랫폼 자체의 떨어지는 성능을 다소 만회하기 위해 L1 캐시를 32KB 탑재하였다.

하지만, 이 프로세서는 486 보드와의 호환성 문제가 많았다. 가장 많이 발생한 문제가 L2 캐시와의 문제였는데, L2 캐시의 동작 방식이 제대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L2 캐시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이럴 경우 성능이 대폭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소켓 4/5/7 기반의 펜티엄, 펜티엄 MMX 오버드라이브 프로세서는 P54C/P55C 계열 프로세서에 전압조절과 배수조절 기능을 탑재하여, 높은 클럭의 P54C/P55C 계열을 지원하지 못하는 소켓 4/5/7 기반의 시스템에서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프로세서의 가격대가 다소 높았고, 시장에서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설이 된 P6 코어, '펜티엄 프로'와 '펜티엄 2'

인텔 6세대 코어는 사실 아직 진행형이다. 인텔에서는 자사 프로세서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간단한 체계로 이루어진 CPUID를 사용하는데, 이 CPUID의 프로세서 패밀리는 현재 코어 계열까지도 6을 고집하고 있다. 아직 인텔 안에서는 6세대 프로세서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6세대 코어의 첫 시작은 1995년 발표한 펜티엄 프로(Pentium Pro)이다. 당시 5세대 프로세서의 브랜드명인 펜티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뒤에 수식어를 붙여서 주 타겟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 프로세서의 주 시장은 워크스테이션과 엔트리급 서버였고, 5세대와는 차원이 다른, 발전된 구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프로세서이다.

펜티엄 프로는 펜티엄과 비교했을 때, 이름만 비슷할 뿐 모든 것이 달랐다. 일단 펜티엄 프로에서 처음으로 비순차적 명령어 처리가 가능해졌다. 펜티엄 프로세서는 순차적 명령어 처리만이 가능했고, 이는 최적화되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비순차적 명령어 처리가 가능해져 캐시의 히트율 등이 상승하고, 명령어 순서 최적화를 통해 성능 하락을 줄일 수 있었다.

x86이 가진 태생적 한계인 CISC 명령어 구조에서 이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펜티엄 프로에서는 x86 명령어를 내부적으로 마이크로 단위의 명령어로 변환하여 처리하는 방법도 적용했다. 이 시절부터 실질적으로 6세대 프로세서는, 겉으로는 CISC이지만 내부적으로는 RISC 구조처럼 동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멀티칩 패키징을 통해 풀스피드 L2 캐시를 장착했다. 펜티엄의 캐시가 FSB를 통해 연결되는 것과 비교해서, 프로세서와 풀스피드로 묶인 L2 캐시의 성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력했다. 또한 FSB에서의 병목 현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메모리 지원에서도 PAE 모드를 통한 36비트 어드레싱이 가능했다. 최대 어드레싱 가능한 메모리는 64GB였다.


▲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펜티엄 프로(Pentium Pro)'

많은 장점이 있었음에도, 펜티엄 프로 프로세서는 그다지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단 그 당시의 기술로는 아무리 멀티칩 패키징이라지만 프로세서와 같이 패키징되는 풀스피드 L2 캐시는 부담이 컸다. 제조 중 이 캐시의 불량률은 상당히 높았고, 이는 가격적인 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프로세서 전체가 32비트로 최적화되어서 완전한 32비트 운영체제에서는 펜티엄에 비해 최대 30% 이상 빠른 성능을 보였지만, 16비트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엔 펜티엄에 비해서 턱없이 느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펜티엄 프로에서 16비트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펜티엄 프로가 16비트 레지스터를 가지지 않아서 이를 에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성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당시 완전한 32비트를 지원하는 운영체제로는 유닉스 계열과 윈도우 NT, OS/2 정도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윈도우 9x 계열은 32비트를 지원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16비트 코드의 비중이 높았고, 펜티엄 프로는 이 환경에서는 장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

한편, 펜티엄 프로와 초기 펜티엄 2까지는 부동소수점 연산에 버그까지 있어 보급에 애로사항이 많었다. ‘flag erratum'이라고 불린 이 문제는 자리수 계산에서 생기는 문제였다. 하지만 이는 OS와 프로그램 차원에서 수정되어 조용히 넘어갔다.


▲ 슬롯 형태로 등장한 '펜티엄 2'

펜티엄 프로의 뒤를 잇는 6세대 프로세서에 대해서, 처음 출시될 때 의견이 분분했다. 보통은 펜티엄 프로 2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였으나, 결국 ‘펜티엄 2’라는 이름으로 낙찰을 봤다. 이는 인텔이 이 프로세서를 펜티엄 프로의 후계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펜티엄을 대체하는 프로세서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펜티엄 2의 기본 구조는 펜티엄 프로에 가깝다. 32비트에 최적화된 구조도 그렇지만, 펜티엄 프로에서 사용하던 시스템 버스와 구조 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초기 펜티엄 2 시스템의 경우 펜티엄 프로에 사용하던 440FX 칩셋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여기에 펜티엄 프로의 약점으로 지목되던 16비트 연산 성능을 보강해서, 최소한 펜티엄과 비슷한 수준을 만들었다. 펜티엄 MMX에 사용된 MMX기술 또한 탑재해서, 펜티엄 프로가 가지고 있던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이미지가 아니라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펜티엄 2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은, 인텔에서 단 한 번 시도한, 슬롯형 패키지를 사용한 프로세서라는 것이다. 슬롯형 패키지는 펜티엄 2,3 일부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제온 프로세서에서 사용되었다.

슬롯형 패키지를 사용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는, L2 캐시를 프로세서에 집어 넣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티엄 프로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고속 L2 캐시를 제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텔은 프로세서 밖에서 프로세서와 직접 연결되는 L2 캐시를 포함하는 패키지 형태를 생각했고, 이것이 슬롯 1이다.

펜티엄 2는 슬롯 형태를 가짐으로 인해, 대용량의 L2 캐시를 가질 수 있었다. 이 L2 캐시는 프로세서의 절반 속도로 동작하며, 프로세서와 직접 연결된다. 캐시가 프로세서의 절반 속도로 동작하는 덕분에, 비교적 캐시 메모리를 구해 오는 게 수월했다. 또한 캐시의 불량 면에서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타 프로세서 업체와의 차별성이었다. 인텔은 슬롯 1을 도입하면서, 이 슬롯의 라이센스를 타 업체에 주지 않는 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소켓 7에는 다양한 회사가 이에 호환되는 프로세서를 제조하였지만, 슬롯 1은 말 그대로 인텔 전용이었고, 이를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펜티엄 2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0.35 미크론 공정인 클래머스(Klamath)와 0.25 미크론 공정인 데슈츠(Deschutes)가 있는데, 이 둘의 차이는 공정 말고도 FSB의 차이가 있었다. 클래머스가 66MHz를 사용한 데 반해, 데슈츠는 333MHz 모델 말고는 모두 다 FSB 100MHz를 쓰도록 만들어졌다. 440BX 칩셋과 조합했을 때 데슈츠는 AGP 2X와 함께 펜티엄 2의 강력함을 잘 보여주었다.


▲ 슬롯 2와 풀 스피드 L2 캐시를 쓰도록 설계된 '제온(Xeon)' 프로세서

펜티엄 2 시절에 처음 제온 라인업이 등장했다. 처음에는 제온 라인업이 펜티엄에 붙어 있었다. ‘펜티엄 2 제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고, 프로세서 코어 자체는 똑같았다.

하지만 슬롯과 패키지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제온 라인업에서는 풀 스피드 L2 캐시를 장착한 때문이다. 일반적인 SRAM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제작된 초고속 L2 캐시를 장착해 패키지 자체가 컸고, 슬롯 또한 달랐다. 제온의 경우 '슬롯 2'를 사용했다.

새로운 저가형 라인업 브랜드 '셀러론'


▲ 저가형 시스템을 위한 새로운 라인업 '셀러론(Celeron) 프로세서'

펜티엄 2의 발표 이후 인텔은 새로운 저가형 프로세서를 위한 브랜드를 발표한다. ‘셀러론’이라고 명명된 이 브랜드는 당시 펜티엄 MMX가 가지고 있던 저가형 PC 시장을 주 대상으로 잡고 있었다.

인텔은 펜티엄 시절 별도의 저가형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았다. 386, 486 시절에는 SX라는 저가형 모델이 존재하긴 했지만, 486도 DX4 이후엔 SX와 격차가 너무 커져서 이 브랜드는 유명무실해졌으며 펜티엄 라인업에는 아예 저가형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저가형 컴퓨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텔은 새롭게 '셀러론' 브랜드를 내세우게 된다.

처음 셀러론 브랜드를 달고 나온 프로세서는 코드네임 코빙턴(Covington)이었다. 이 프로세서는 0.25미크론 공정으로, 66MHz의 FSB를 가지고 있었고, 펜티엄 2에서 L2 캐시를 제거한 형태였다. 처음에는 기대를 많이 받았던 코빙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L2 캐시를 완전히 제거한 덕에 펜티엄 MMX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에 나온 맨도시노(Mendocino)는 코빙턴의 오명을 씻기에 충분했다. 맨도시노는 인텔 프로세서에서는 최초로 코어 내에 풀 스피드 L2 캐시를 내장한 프로세서이다. 맨도시노는 128KB L2 캐시를 내장하고 있었고 이 풀 스피드 L2 캐시의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다. 게다가 시장에서 512KB 캐시를 장착한 펜티엄 2에 비해 거의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줄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멘도시노 셀러론과 함께 등장한 것이 소켓 370이다. L2 캐시가 프로세서 안으로 들어가면서 굳이 제조비용이 비싼 슬롯 1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지자, 인텔은 다시 소켓 타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때 유저들의 반발이 있었던 탓에 인텔은 "소켓 370은 셀러론 프로세서에서만 사용될 것이며 펜티엄 라인업은 계속 슬롯으로 갈 것"이라며 유저들을 달랬다. 그런데 이 말은 L2 캐시를 내장한 코퍼마인에서 뒤집혔다.

시장에서는 슬롯 1과 소켓 370 규격이 전기적인 측면과 규격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둘을 변환해 주는 라이저 카드를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슬롯 1 메인보드에서 소켓 370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절에 이런 형태로 오버클럭을 도전해 본 사람이 국내 올드 유저 사이에 꽤 많다.

P6 아키텍처의 완성판, '펜티엄 3'

펜티엄 프로에서부터 이어져 온 P6 아키텍처는 펜티엄 3에서도 쓰였다. 펜티엄 3에서는 여러 가지 기록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프로세서 구조 뿐 아니라 제조 공정 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던 시기이다. '펜티엄 3'라는 이름을 달고 처음 나온 프로세서는 카트마이(Katmai)다. 이 프로세서는 여전히 슬롯 1을 사용하였으며, 0.25 미크론 공정으로 제조되었고 L2 캐시를 프로세서 외부에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면 이 프로세서는 펜티엄 2와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펜티엄 3에서는 새로운 단축 명령어 세트인 'SSE'를 지원했다. MMX가 주로 정수 연산에 치중한 명령어 세트였다면 SSE는 부동소수점 연산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를 사용한 프로그램에서는 큰 성능 향상을 얻을 수 있었다.


▲ 진정한 펜티엄 3은 코퍼마인 코어에서부터 시작이다. 사진은 '펜티엄 3 1GHz'

'펜티엄 3'라는 이름으로 두 번째 등장한 프로세서는 코퍼마인(Coppermine)이다. 이 프로세서부터 진정한 펜티엄 3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펜티엄 2에 비해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카트마이 코어에 비해, 코퍼마인 코어는 모든 면에서 확 달라진 면을 선보였다.

'코퍼마인'은 이름과 달리 구리 배선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0.18 미크론의 Al 인터컨넥트 구조로 만들어졌으며, 이름처럼 구리 배선이 적용된 것은 0.13미크론 공정 이후부터이다. 코퍼마인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코드네임, 그 이상의 의미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코퍼마인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화제였다. 인텔이 셀러론에만 쓰겠다고 공언했던 소켓 370으로 등장했으며, FSB 133MHz를 지원했다. 물론, 133MHz FSB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칩셋이 필요했고, 그래서 같이 나온 칩셋이 FSB 133MHz를 지원하는 i820이다. 메모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있었지만, 프로세서의 인기가 워낙 좋아 금새 묻혔다.

코퍼마인은 발열과 전력소모 면에서도 큰 향상이 있었다. 슬롯 1 규격 프로세서에 비해 못미더워 보이는 작은 정품 쿨러로도 낮은 온도를 보였으며, 1GHz 모델도 TDP 30W 수준일 정도로 전력 소모도 줄었다. 고클럭 제품도 비교적 빠른 시간 간격으로 출시되었으며, 인텔 프로세서 최초로 1GHz 벽을 돌파한 것도 이 코퍼마인 코어다.

코퍼마인에 와서 프로세서와 같은 속도로 동작하는 L2 캐시가 내장되었다. 용량은 256KB로, 기존 카트마이가 1/2 속도로 동작하는 L2 캐시를 512KB 장착한 데 비해 용량은 더 적지만, 프로세서 안에서 동작하는 만큼 더 빠른 성능을 보였다. 486에서 펜티엄으로 넘어가던 시절에 준하는 수준의 퍼포먼스 쇼크가 PC 시장에 몰아치던 때가 코퍼마인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 코퍼마인에서도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13GHz 코퍼마인은 심한 발열로 인해, 기본 제공되는 쿨러와는 실질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했고, 결국 전량 리콜되었다. 결국 이 발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스테핑이 출시되기도 했다. 여담으로, 코퍼마인 코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에도 사용되었다. Xbox에 사용된 프로세서는 코퍼마인 코어를 커스터마이즈시킨 프로세서였다.

셀러론 라인업에 사용된 코퍼마인 코어는 별도의 코드네임을 가진다. 'Coppermine-128'이라는 이름은, 코퍼마인 코어에 128KB 캐시를 가졌다. 이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셀러론 라인업의 L2 캐시는 128KB를 유지했다. 셀러론은 동작클럭 800MHz 이후로는 성능향상을 위해 FSB 100MHz를 지원해서 성능이 향상시키기도 했다.


▲ 펜티엄 3의 완성판, '튜알라틴(Tualatin) 코어'. 사진은 '셀러론 1.2GHz'

펜티엄 3의 완성판이자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코드네임 튜알라틴(Tualatin)이다. 이 프로세서는 아직까지도 추억하는 유저가 많을 정도로 훌륭했다. 0.13 미크론 공정으로 제작되었으며, L2 캐시가 증가되었다. 하드웨어 프리패치 엔진까지 내장해 캐시 히트율이나 프로세서의 효율이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튜알라틴 코어를 사용한 펜티엄 3는 1GHz를 넘어 1.4GHz까지 출시되었다. 또한 이후에 출시된 센트리노 플랫폼과 코어 아키텍처의 기본 구조가 되기도 했다.

튜알라틴 코어의 펜티엄 3에서는 PAE가 활성화되어 있었고, 주로 저발열, 저전력이 필요한 블레이드 서버 제품군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데스크톱 모델로도 나와는 있었지만, 이 시기에는 데스크톱 제품군으로 코퍼마인 펜티엄 3와 튜알라틴 셀러론이 있었으므로 주위에서 보기는 힘든 모델이다.

튜알라틴 코어에서는 셀러론 모델이 펜티엄 3 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 튜알라틴 코어 셀러론들은 256KB L2 캐시를 장착하고 있었는데, 이로인해 같은 클럭의 코퍼마인 펜티엄 3에 비해 그다지 밀리지 않는 성능을 보여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튜알라틴 셀러론은 펜티엄 3 라인업의 판매량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튜알라틴 셀러론 덕분에 이 이후로는 튜알라틴 셀러론처럼 상위 모델의 성능을 넘볼 만한 능력을 가진 프로세서는 셀러론 계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제온 계열 또한 펜티엄 계열의 코어에 따라 변화했다. 전체적인 특징은 펜티엄 계열의 코어를 그대로 쓰는 만큼 큰 차이가 없고, 캐시와 부가 기능에서의 차이가 있다. 'Tanner'의 경우 풀 스피드의 고용량 L2 캐시로 카트마이 코어와 차별화했으며, 'Cascades'는 코퍼마인에 비해 큰 캐시 용량과 함께 멀티프로세서 지원 면에서 차별화했다.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의 체계화

펜티엄, 펜티엄 프로, 펜티엄 2, 펜티엄 3 등을 거치면서 모바일 프로세서 라인업도 재정비되었다. 모바일 컴퓨팅 시장이 점점 성장하면서, 이 시장을 위해 디자인된 프로세서를 투입하기 시작되었다. 모바일 프로세서 라인업이 어느 정도 독자적인 길을 가게 된 셈이다. 특히 단순히 저전압 프로세서가 아니라 클럭과 전압을 조절하는 EIST(Enhanced Intel Speedstep Technology)를 적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IST(Enhanced Intel Speedstep Technology)는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프로세서의 사용량에 따라 클럭과 전압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이 프로세서 사용률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데 착안하여, 프로세서 사용률이 낮을 경우 클럭과 전압을, 프로세서 사용률 등을 조절해 배터리 사용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순히 최대, 최소 두 단계로 스위칭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5단계 이상의 조절이 가능해졌다.

모바일 프로세서에서 눈길을 끄는 모델은 모바일 펜티엄2, 코드명 'Dixon'이다. 이 모델은 맨도시노 코어와 대단히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L2 캐시가 프로세서 안에 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전력 소모와 발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세서 패키지 개념이 아니므로 소형화 또한 손쉬웠다.

또한, 펜티엄 3 이후 모바일 모델에서는 LV(Low Voltage)와 ULV(Ultra Low Voltage) 모델이 등장했다. 이 모델은 동작 전압을 크게 낮춘 모델로, 저전력소비가 특징이다. EIST와 같이 사용할 경우 클럭과 전압을 동시에 낮출 수 있고, 이 경우 프로세서가 사용하는 전력은 1W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이다.

한편, 저가형 브랜드 셀러론은 모바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바일 셀러론은 모바일 펜티엄 시리즈에서 보통 FSB와 캐시를 낮추고, 전원 관리에 대한 배려를 좀 더 줄인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만, 성능과 배터리 사용 시간에서 어느 정도 주고 받는 형태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텔의 시장 다변화 전략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군이었다.

이런 격차는 모바일 펜티엄 3 이후에 더 커지는데, 모바일 펜티엄 3 모델들이 EIST를 지원하여 일반적인 작업에서 배터리 사용 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데 반해, 셀러론 모델들은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았다. 지금도 모바일 셀러론이 들어간 노트북들은 모바일 PC 라고 하기 보다는 '폴더 형태에 UPS가 달린 데스크톱 PC'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런 구별법은 센트리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Copyright ⓒ Acrofan All Right Reserved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