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시장에 상용제품으로 보급되기 시작한지도 벌써 2년여 세월이 흘렀다.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이용해 구사되었던 '쿼드쓰레드'는 더 오래되긴 했지만, '코어2 쿼드 프로세서'가 런칭된 이후를 쿼드코어 프로세서의 민간 보급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특히 'Q6600'은 강력한 면모를 첫 출시 이래 지금까지 맹위를 떨쳐왔다.
무려 '2007년 1월'부터 판매된 Q6600이 여전히 쿼드코어 프로세서 시장에서 맹위를 떨친다는 것은 이래저래 요즘 나온 프로세서들이 반성할 부분이겠다. Q6600이 65nm 공정 시절에 나온 아버지뻘 제품임에도, 이를 뛰어넘는 아들들이 나오질 않았다. 물론, 성능 자체로 놓고 보자면 '청출어람'이라는 말 그대로겠지만, '가격대성능비' 기준으로 보자면 Q6600은 여전히 펄펄 날아다니는 현역이다.
Q9400, Q9300 등등 45nm 공정 쿼드코어 프로세서들이 Q6600에 도전장을 내밀긴 했으나, 모델 연식 문제도 있고 해서 그 뒤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여기에 인텔 입장에서 봐도, AMD가 페넘 X4 최상위 모델로도 자사의 중급형 쿼드코어에 못 미치는 상황이 여전히 거듭되면서 굳이 45nm 쿼드코어인 Q9000 시리즈의 가격대를 내릴 이유까지는 없었다.
그래도 65nm 공정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시장을 여전히 휩쓰는 것이 못내 미덥지 않은 탓인지, 인텔은 'Q8200'이라는 이름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조용히 런칭했다. 이미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 프로세서는 Q9000 시리즈 프로세서에 비해 다운그레이드된 사양이 있긴 하나, 드디어 'Q6600'의 가격에 비견될 45nm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했다.
Q6600의 진짜 후계자? 'Q8200'
인텔은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견고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게 해 준 65nm 공정 프로세서의 가용성을 아직 인정하고 있긴 하나, 45nm 공정의 정착이 이루어지면서 차츰 세대교체를 마무리지을 시점이 왔음을 주목하고 있다. Q6600 프로세서가 여전히 높은 가격대성능비를 지키고 있으나, 2007년 1월에 출시된 모델을 3년 이상 끌고 간다는 것은 이래저래 부담이 되는 일이다.
무엇보다 'Tick-Tock' 사이클을 인텔의 혁신엔진으로 삼고 있는 마당에, 두 사이클 이전의 모델이 시장에서 현역으로 뛰는 것은 단순히 '재고소진'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텍처로 만들어지는 '코어 i7' 프로세서의 등장이 목전에 있는 마당에 65nm 공정 프로세서가 여전히 베스트셀러라는 건 인텔 스스로의 전략에 모순을 초래하는 부분이다.
'Q8200'의 등장은 이런 인텔의 고민이 엿보이는 사건이다. 다른 무엇보다 공정전환을 앞세우고, 그 다음에 사양 부분의 조정이 있었다. 동작클럭이나 캐시메모리를 줄이고(2.4GHz -> 2.33GHz, 4MB*2 -> 2MB*2), 대신 FSB와 내장 명령어 세트를 늘려 성능 부분을 보강했다. 기본적으로 45nm으로 오면서 소폭의 성능향상이 있었기에, 사양이 낮아졌어도 실성능은 큰 차이가 없도록 한 셈이다.
프로세서의 주요 사양을 CPU-Z V1.47을 통해 보면 이런 부분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요크필드 코어를 쓰면서, 통상 3MB 또는 6MB인 코어 당 캐시메모리가 2MB로 다운사이징 되었다. 45nm 공정이나 1333MHz FSB와 같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부분도 눈에 띈다. 이런 변화를 통해 TDP(Thermal Design Power)를 95W로 동결한 가운데, 모델 체인지와 세대교체가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간단하게 알아보기 위해 '산드라 라이트 2009' 테스트를 진행해봤다. DP43TF 메인보드와 2GB DDR2-800 메모리, 지포스 8800GT 그래픽카드 등을 하드웨어 테스트베드로 삼아, 윈도우 XP SP2 운영체제 환경에서 프로세서의 성능만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비교대상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E8600과 AMD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Phenom 9950을 썼다. 수치는 산드라 DB를 이용했다.
프로세서의 연산성능을 살펴보는 'Processor Arithmetic' 테스트에서는 Q8200이 경쟁사의 최상위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페넘 9950을 모두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싱글코어 중에서는 최상위 모델인 E8600조차 뛰어넘는다. 단일코어로 따진다면 동작클럭이 3.33GHz인 E8600이 유리하겠으나, 코어 수가 두 배 차이가 나다보니, 전체 성능으로 따지면 Q8200의 승리다.
초당 픽셀처리능력을 알아보는 'Processor Multi-media' 테스트에서는 정수부문에서 페넘 9950이 15% 가량 앞서나, 부동소수점 부문에서 Q8200에게 역전당한다. 앞서 'Processor Arithmetic'에서의 패배를 설욕하긴 했으나, 통상적인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을 보자면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위 두 가지 테스트 결과를 보면, Q8200이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Q6600이 10만원대 후반, 페넘 9950이 20만원대 초반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그 사이에 들어와 있으면 충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인텔이 얼마에 내놓을지가 관건이긴 한데, 성능과 가격 포지션만을 놓고 보자면 드디어 진정한 Q6600의 후계자가 나타난 셈이다.
45nm 쿼드코어의 대중화시대 열려
인텔은 앞서 Q9400과 Q9300으로 Q6600의 계승여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타진해 보았다. 그러나 AMD의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성능에 걸맞는 낮은 가격대에 깔려 있다는 점 때문에, 굳이 고성능 쿼드코어를 싸게 풀 까닭이 없어 답보상태에 있었다. 2007년 1월에 나온 프로세서가 가격대성능비에서 시장을 호령하다보니, '인텔의 적은 인텔'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진 듯이 보였다.
'Tick-Tock'이라는 스스로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도, 인텔은 Q6600을 대신할 모델을 시장에 투입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9000 시리즈 대신 별도의 시리즈로 대중화된 쿼드코어 모델을 분리하는 쪽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인텔은 Q8200 프로세서를 시장에 런칭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AMD 쿼드코어 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높은 9000 시리즈와 겹치지 않으면서 45nm 공정전환을 이루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45nm, 1333MHz FSB, SSE 4.1 등은 매력적인 소재다. 동작클럭과 캐시메모리 사이즈가 줄어들었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는 하나, 대신할 만한 것이 있어 Q8200 프로세서에 흥미를 가질 만하다. 일단 강화된 요소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성능은 유지된 만큼, 가격적인 측면에서 Q6600을 어떻게 계승하느냐가 Q8200의 유일한 숙제꺼리라 할 수 있다. 45nm 쿼드코어도 이제 대중화가 눈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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