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과연 어떤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가?' 라고 질문을 하면 참으로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 같다.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서 부터,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물건을 사거나, 심심하면 게임도 하거나. 기타 등등 그 외에도 많은 답변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사용법이 나올 것 같다.
그런데 '게임용이냐 게임용이 아니냐' 로 나눠보면 꽤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부모님에게서 "게임 좀 그만해라!" 같은 구박을 받지 않으며 큰 사람은 매우 드물다. '신의 게임기'라는 명성처럼, PC는 게임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 처럼 인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성능 PC라고 나온 걸 보면 꼭 '게임'이 수식어로 안 붙은 게 없다.
그런데 '컴퓨터'가 게임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또 다들 아는 상식이다. 컴퓨터에서 게임이 되는 것일뿐, 게임하라고 만든 게 컴퓨터는 아니다. 여러 광고를 보다보면 주객이 전도된 걸 많이 보는데, 원래 컴퓨터는 계산기와 같은 기계의 일종이지, 놀이도구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고, 또한 해내야 한다.
게임 하나를 얻기 위해 사라지는 '돈'
▲ 최신 그래픽카드들은 외부전원을 요구할 만큼 전력소모가 심하다.
게임을 즐겁게 즐기기 위한 투자로는 일반적으로 그래픽카드에 대한 투자를 생각할 수 있다. 최신 그래픽카드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사다 쓰면 최신 게임들을 화려하게 즐길 수 있다. 분명 이것은 유저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또한 즐거운 여가를 보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꽤 머리 복잡할 일이 생긴다.
게임을 위해 최신 그래픽카드를 구매했다고 치자. 최근에 나온 그래픽카드는 PCI Express 슬롯을 차지한다. PCI Express 슬롯은 예전에 나온 AGP나 PCI 슬롯에 비해 꽤 많은 전력의 공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의 그래픽카드들은 이를 비웃듯 그래픽카드만을 위한 외부전원을 따로 요구한다. 그만큼 전력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전력소모가 크면 그만큼 공급을 해 줘야 되고, 그로 인해 고가의 고용량 파워 서플라이가 필요하게 된다. 물론 전력소모가 크다는 것은 열도 많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시스템의 쿨링에도 따로 투자를 해야 한다. 게다가 그래픽카드의 웅장한, 커다란 기판은 간혹 케이스나 다른 부품에 걸려서 기껏 사놓고 장착도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 현재 시행중인 누진요금제 단가표
전력소모가 큰 그래픽카드는 당연스럽게도 '전기요금의 증가'를 불러들인다. 살 때 돈 나가는 것도 무섭지만,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데 나가는 돈도 무시못한다. 최근에 나온 고급형 그래픽카드의 경우, 그래픽카드 혼자서 100W는 물론 200W도 훌쩍 넘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파워서플라이의 용량을 생각할 때, 이는 꽤나 큰 부담. 가정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으로 바로 나타난다.
만약,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누진제도로 운용하지 않았다면 그래픽카드가 소모하는 전기에 대한 요금 부담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과금제는 누진제도를 기본으로 삼고 있어, 특정 기준량을 넘어갈 경우 공급단가는 급격히 오른다.
특히 그래픽카드는 3D 가속이 시작되면 곧장 전기소모가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는 특성이 있어 3D 가속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라도 띄워두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까래까지 빼 먹을 수도 있다. 잠시만 소흘해도 곧장 전기요금 통지서로 상상했던 그 이상을 보여준다.
누진세에 따라 100W의 추가전력소모가 어떤 크기로 다가오는지 한번 계산해 보자. 컴퓨터는 하루 8시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그래픽카드가 한 달에 소비하는 전력량은 약 24KWh가 된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전력량 또한 상당하다. 보통 아무리 아껴도 200KWh 정도는 쓰기 마련이다. 또 에어컨을 가지고 있다면 한여름에는 가볍게 500KWh를 넘어가기도 한다. 이 때 그래픽카드가 소모하는 전력량에 대한 요금은, 200KWh대의 가정의 경우엔 4000원 가량이 더 나오게 되지만, 300KWh 대에서는 6000원 가량이 되고, 500KWh가 나오면 15500원 가량이 더 부가되게 된다.
여기에 세금 포함하고 기본료가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절대 작은 액수가 아니다. 100W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적되면 꽤 크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딱 그런 상황이 초래된다.
잣대에 따라 널을 뛰는 '합리적인 소비'
▲ 자신의 용도에 맞는 소비가 '합리적인 소비'라는 점은 맞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단순히 게임을 위한 그래픽카드 구매시의 댓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았다. 이 상황은 비용을 투자하여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그나마 소비자가 만족할 때에나 할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언제나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는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해 내야 한다. 그러면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게임이 아닌 일반적인 작업을 할 때에는 과연 이 투자가 합리적인가?
게임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여가를 보낼 때 이 투자는 합리적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 시점에서 부정적이다. 현재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들을 보면 그래픽카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GPU로 연산을 일부 처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대개 업계나 학계에서 슈퍼컴퓨팅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어 일반 사용자가 그 혜택을 맛보기에는 아직은 거리가 멀다.
당장 강력한 3D 그래픽 성능을 요구하는 곳은 게임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일반 유저가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사용해 이득을 볼 수 있는 부분은 게임 이외에는 거의 없다. 물론 게임을 위한 투자는 강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 게임이란 용도가 다른 용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만큼, 게임을 위한 투자는 다른 용도에 대한 투자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진다.
다만 그 결과과 다른 목적에 대한 투자와 공유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즉, 게임을 위한 투자가 게임 이외의 목적에서 전체 시스템 성능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목적이 오직 게임이라면 이 투자는 대단히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투자의 효율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아니, 효율을 논할 수 없는 지경에도 빠진다.
그럼 이제부터 E2160 기반의 시스템에서 그래픽카드를 내장 X4500HD에서 GeForce 8600GT로 교체한 경우와, CPU를 E7200으로 교체한 경우의 PCMark Vantage 결과를 알아보겠다. 결과값은 모두 절대값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테스트에 사용되었던 시스템은 위에 있는 표와 같다. 보급형 프로세서에서 중급형 프로세서로 살짝 업그레이드한 경우와 보급형 프로세서에서 그래픽카드만 업그레이드한 경우를 비교해 보자.
▲ CPU, VGA 변경에 따른 PC마크 벤티지 점수 변화에 주목!
위 도표에서 E2160 프로세서에 그래픽카드만 업그레이드 한 경우에는 GPU를 사용한 테스트가 포함된 Memories, Gaming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지만 다른 테스트에서는 기본 시스템과 오차범위 이내의 차이를 보였다.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대신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를 선택한 경우에는 모든 테스트 결과에 걸쳐 성능 향상이 있었다. 이는 그래픽카드에의 투자로 나타낸 게임을 위한 투자에 대한 다소의 비효율성에 대한 근거가 된다. 일단 특화된 분야를 노리느냐, 전반적인 밸런스를 추구하느냐는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가능한 부분이긴 하나,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후자에 더 무게가 간다.
한층 더 쓸만해진 X4500HD 내장그래픽
▲ 내장그래픽 성능도 요즘은 그래픽카드 못지않다.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시장 모두 내장그래픽, 내장사운드들의 기능과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된서리를 맞은 분야다. 오피스를 중심으로 내장그래픽이 천하를 절반 이상 차지한 상황. 사운드카드는 그래도 게임덕분에 유지되는 애드온 그래픽카드 시장에 비하자면 '초토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게임 이외에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들, 예를 들면 웹서핑, 오피스를 사용한 문서작업,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영화감상 등에 있어서 현재의 내장그래픽으로도 사용자의 필요를 만족시킬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오피스 등 비즈니스 분야는 생산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3D 가속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양될 부분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운영체제 지원 정도로 적당한 선만 유지되면 된다.
다만 최근들어 블루레이 등 차세대 미디어와 H.264 등 고압축 코덱이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각광받으면서 내장그래픽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만한 시점이 되었다. 내장 그래픽 솔루션의 경우, 추가부담 없이 저렴하게 괜찮은 수준의 그래픽 성능을 간편히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게다가 일반 오피스 작업이나 인터넷 활용은 내장그래픽이나 50만원 넘는 그래픽카드나 그게 그거다.
내장그래픽의 장점으로는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 컴퓨터 구성 및 관리 편의성, 낮은 전력소모, 컴퓨터 전체 단가의 절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초창기에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내장그래픽과 달리 강화된 기능과 강력한 성능이 더해진 요즘의 내장그래픽은 그 차원을 달리한다. 홈시어터 기능이 강화되고, 3D 가속이 50% 이상 강화되면서 내장그래픽의 가치가 보급형 그래픽카드 수준을 넘어섰다.
▲ 인텔도 풀HD 동영상 가속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인텔의 X4500HD 계열 내장그래픽은 예전처럼 화면만 뿌려주는 정도를 뛰어넘었다. 일반적인 웹서핑이나 오피스 작업 등에서의 원할한 사용은 물론이고, HD급의 동영상 감상이나 MMORPG 온라인 게임까지 무리 없이 돌릴 수 있는 성능을 자랑한다. 다이렉트 X 10 API 지원에 풀HD 동영상 가속까지 모두 해내다 보니, 이제는 그래픽카드 안 부러운 시대가 열렸다.
인텔 G45 칩을 보면 'GMA X4500HD' 코어를 내장하고 있다. 이제 DirectX 10과 쉐이더 4.0을 지원하며, H264 / VC-1 / WMV HD 등 고성능 코덱을 완전한 하드웨어 가속으로 서포트한다. 이를 쓰면 블루레이와 같은 차세대 미디어나 그에 준하는 고품질 동영상 콘텐츠를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영상 가속 기능을 쓰자면 그래픽카드를 따로 샀어야 했으나, 이제는 내장그래픽으로 충분하다.
▲ 블루레이 재생 테스트시, 프로세서 점유율(%)
위 그래프는 G43과 G45 환경에서의 1080P 블루레이 재생시 프로세서 점유율을 알아본 것이다. 수치는 % 단위이며, 낮을수록 좋다. 테스트는 인텔 코어2 듀오 E7200, DDR2-800 2GB, G45 및 G43 메인보드를 사용했으며, 재생에는 Corel WinDVD를 사용했다.
이 결과에서 주목해야 될 것은, AVC 규격 영상 재생시의 프로세서 점유율이다. G45는 H264 / AVC / VC-1 / WMV-HD 등 고사양 코덱의 가속을 모두 지원하나, G43의 경우 H264 / AVC / VC1 등의 하드웨어 디코딩을 지원하지 않는다.
하드웨어 디코딩 유무는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하드웨어 디코딩을 모두 지원하는 G45의 경우, 따로 이 기능을 제공하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1080P 영상을 무리 없이 재생할 수 있다.
시스템 밸런스를 위한다면 프로세서 투자가 선행되어야
▲ 프로세서는 PC 성능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다.
컴퓨터는 다뤄지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에 따라 컴퓨터의 구성 요소들의 기여도가 달라진다. 이렇듯 기여도를 따지는 상황에서는 통상적으로 모든 요소를 가장 비싸고 강력한 성능을 내는 것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비용으로 필요한 성능을 얻어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고 지향해야 될 방향이다.
한 가지 용도에 특화된 컴퓨터라면 그 용도에 최적화된 구성이 가장 좋다. 하지만, 범용성을 가지는 일반적인 컴퓨터에서의 만족도를 극대화하려면 과연 어느 요소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칠까? 이럴 때는 프로세서가 단연 앞선다. 프로세서는 PC의 핵심이다. 프로세서의 성능이 바로 그 시스템의 성능을 대변한다.
물론, 메모리나 하드디스크 등 다른 부품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은 필요조건의 성격이 강하다. 프로세서처럼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대역폭도 하드디스크 전송률도 모두 프로세서가 좋아야 더 좋아지기에 이 둘의 투자 이전에도 프로세서가 무엇이냐가 전체적인 시스템 성능을 좌우한다.
▲ 어지간한 기능은 이제 백패널에서 모두 다 지원한다. 남은 예산은 프로세서로 가야 맞다.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시스템의 밸런스다. 밸런스가 좋은 구성이란, 적정 예산 안에서 컴퓨터를 구성하는 각 요소의 성능이 서로 잘 어울려서 목적에 맞는 성능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무조건 게임만 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사는 컴퓨터는 범주에서 벗어나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결국 '시스템 밸런스'가 그 시스템의 가치를 결정낸다.
최근에는 많은 것들이 컴퓨터와 연관되고, 연결된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면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PMP, MP3P, PDA 등 많은 전자제품들이 컴퓨터와 연결되어 사용된다. 이들의 기능이 많아지면서, 컴퓨터 또한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힌 파일 전송과 관리를 떠나, 직접 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인코딩하고, 직접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편집하는 등의 일이 늘어나고 있다.
컴퓨터는 정해진 몇 가지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주위와 연결되고, 해야 할 일은 점점 다양해진다. 컴퓨터에 연결되는 장치가 많아질수록,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은 다양해지면서 요구되는 성능도 점점 더 커진다. 컴퓨터가 모든 IT기기의 중추적 역할을 하기에, 단순히 게임 하나만 잘돌아가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시스템 밸런스를 높이는 프로세서의 역할을 직시하는 것이 컴퓨터에 숨겨진 내재 가치를 이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먹고 많이 돈 주고 산 물건이라면 정말 제대로 쓸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부분에서의 답을 찾는다면 현 시점에서는 그 선택이 제한적이다. 앞으로 많은 기술의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 현 시점에서는 프로세서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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