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아키하바라(秋葉原) 관련 기사를 모두 챙겨 보신 분들이라면, 기사마다 등장하는 특이한 단어를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코믹마켓(Comic Market)’ 이다. 사실 지난번에도 이 코믹마켓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여러 여건의 제약으로 기사화를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 2007년 12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 코믹마켓73(C73)을 기사화할 기회를 얻어, 관련 정보를 독자 여러분들께 전하고자 한다. *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정식으로 프레스 등록 후 촬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코믹마켓(Comic Market)이란?
코믹마켓(현지에서는 ‘코미케’ 라고 부르기도 함)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창작 활동을 하는 동인들이 한 데 모여 동인지를 사고 파는 행사를 가리킨다. 이 코믹마켓은 여름과 겨울에 각각 한 번씩 열리며, 여름에 열리는 행사를 ‘나츠코미(夏コミ)’, 겨울에 열리는 행사를 ‘후유코미(冬コミ)’ 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이 코믹마켓은 지난 1975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2008년 현재 73회까지 개최되었으며, 참가 서클 3만 5천개, 참가 인원 50만명 등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처럼 규모가 커지다 보니, 개최 장소를 옮기고 옮긴 끝에 현재는 도쿄 남동쪽에 위치한 인공 섬, 오다이바(お台場)에 세워진 거대한 전시장인 빅사이트(Big Sight)를 통째로 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코믹마켓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먼저 출품되는 동인지들의 장르가다양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남성향, 여성향, 성인용 게임, 순정 만화에서부터 철도나 항공기등 운송 수단, 심지어는 PC 하드웨어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장르의 동인지를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서클의 성향이 날마다 달라지는데, 이번 C73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 1일차(12/29) : 게임, 애니메이션, 음악, 예능 특히 이 코믹마켓에는 일반 참가자들 뿐만 아니라, ‘기업 부스’ 라는 공간에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나 게임 제작사, 심지어 애니메이션 상품점까지 별도로 점포를 내고 회장 한정품을 팔아 댄다. 뿐만 아니라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몰려들어 자기 의상을 뽐낸다. 이러다 보니 코믹마켓의 참가 인원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만화,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에게는 일종의 축제로 통하는 코믹마켓의 세계로 떠나보자. 이번 글에서는 C73의 2일차에 해당하는 2007년 12월 30일의 광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빅사이트의 규모는 상상초월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코믹마켓은 참가 서클만 해도 3만 5천개에 달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한 행사장인 빅사이트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아래 보이는 그림들은 각각 빅사이트 공식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플래시 파일과 PDF 파일을 캡처한 것이다. 코믹마켓에서는 이 전시 공간 중 동(東) 123/456홀, 서(西)12/34홀을 한꺼번에 모두 사용한다. 그리고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동관과 서관은 연결 통로를 통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아래 그림은 PDF 파일에서 동 1-2-3/4-5-6홀을 따로 떼어내 확대한 것이며, 동 1,2,3홀과 동 4,5,6홀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 홀의 크기는 가로 90미터, 세로 90미터로 8,100평방미터이다. 우리나라 코엑스(COEX)의 인도양홀 전체를 다 쓴다고 해도 가로 90미터, 세로 81미터이므로 7,290평방미터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넓다.
게다가 코믹마켓에서는 세 홀을 한꺼번에 사용하므로 위의 넓이에 3을 곱하면 무려 24.3평방킬로미터라는 값을 얻는다. 이런 전시장을 한꺼번에 두 개 사용하므로 그 넓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전시물이나 구조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므로, 그렇지 않아도 넓은 전시장이 더 넓어 보인다. 이해를 돕기위해 동 4-5-6홀 안에서 찍은 사진을 아래에 첨부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동 1-2-3/4-5-6홀이 주로 일반 서클들이 사용하는 곳이라면, 서 1-2/3-4홀은 기업 부스와 일반 서클이 공존하는 곳이다. 가장 최근에 참가한 C73에서는 서 1-2홀을 일반 참가자용으로, 서 3-4홀을 기업 부스로 배정했다. 아래 그림 역시 PDF 파일에서 서 1-2/3-4홀만 따로 확대한 것이다. 참고로 그림 오른쪽에 보이는 옥외전시장은 코스프레 행사장이다.
아래 사진은 동 1홀 바깥에서 찍은 서3-4홀의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기업 부스로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참가자들이 보인다.
코믹마켓 참가에는 카탈로그가 필수 이처럼 행사장의 규모가 거대하다 보니, 사전에 아무런 조사 없이 곧장 빅사이트로 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동인지를 구입하지 못하는 바람에 헛수고를 할 가능성이 100%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카탈로그이다. 단, 이 카탈로그를 구입하지 않아도 코믹마켓에는 참가할 수 있다. 이 카탈로그는 코믹마켓에 대한 안내와 주의사항, 각 행사일마다 참가하는 동인 서클의 목록과 서클컷 등 코믹마켓 참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코믹마켓 기간동안 사용할 수 있는 행사장 지도도 3장 첨부되어 있어 서클 공략에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참가자들이 만화 형식으로 투고한 참가 후기들도 실려 있어 시간이 날때 읽어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이 카탈로그는 보통 코믹마켓이 개최되기 약 1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아 판매를 시작하며, 지난 C73 카탈로그의 가격은 2,400엔이었다. 아니메이트(Animate)나 토라노아나(虎の穴), 메론북스(MelonBooks) 등의 전문점에서는 작은 카드나 일러스트 등을 특전 상품으로 끼워주며 자기네 가게에서 카탈로그를 사달라는 판촉전을 벌인다. 이 때문에 코믹마켓이 열리기 2~3일 전이면, 거의 모든 전문점의 카탈로그가 동이 나기 마련이다. 이처럼 카탈로그를 미리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코믹마켓의 주최측인 코믹마켓 준비회에서는 행사 당일에 카탈로그를 판매하기도 한다(현장가격 2,000엔). 하지만 이 카탈로그는 결정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분량이 방대한 탓에 크고 무겁다는 것이다. 실제 페이지가 1,400페이지에 이르다 보니 집에서 느긋하게 뒤적거리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그 무게가 무려 2Kg로 어지간한 올인원 노트북 수준이다. 게다가 자기가 원하는 서클을 찾으려면 목록을 일일이 뒤져야 하므로 가히 중노동(?)이라 할만 하다. 코믹마켓 준비회에서도 이런 애로사항을 감안했는지, 최근에는 CD-ROM 버전으로 구성된 카탈로그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이 CD-ROM판 카탈로그는 윈도우와 맥OS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며, 첫 번째 장은 일반 서클 참가자, 두 번째 장은 기업 부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격은 종이 카탈로그와 동일하며, 종이 카탈로그가 발매된 1주일 뒤부터 판매되기 시작한다. 아래 보이는 것이 바로 카탈로그 프로그램이다.
이 카탈로그 프로그램은 자신이 원하는 서클을 검색해서 리스트로 만들거나, 서클들을 백지도상에 표시해 주는 것은 물론, 이러한 정보들을 이용해 공략 지도(?)를 인쇄해 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일일이 종이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는 대신, A4 용지에 출력한 이 공략 지도만 가지고 다니면 되니 매우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번에 카탈로그 프로그램으로 체크했던 서클들을 다시 불러와서 참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까지 들어 있다. 단, 이 CD-ROM판 카탈로그에 담긴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일본 안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한국어 환경에서 실행시키면 오류를 내면서 강제종료된다. 이를 피하려면 MS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인 AppLocale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일본어 로케일에서 실행시켜야 한다. 취재를 위해 현지인들과 합류해 코믹마켓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자신이 원하는 동인지를 구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줄을 지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이름이 있는 작가가 내는 책이라면 오후 1시 이전에 다 팔리기도 하는 만큼, 남들보다 일찍 가야 비극(?)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주위의 수 많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때문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16시까지 열리는 코믹마켓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여섯시에 빅사이트에 도착하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전날 저녁부터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있다. 참고로 이처럼 밤을 새는 사람들을 가리켜 '철야조(徹夜組)'라고 하는데, 이 철야조는 치안 문제나 폭력 사건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코믹마켓 준비회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 중 하나다. 필자도 2007년 여름에 열린 코믹마켓72(C72)때는 오전 6시에 빅사이트에 도착해서 무사히 목적을 달성했지만, 이번에는 현장에 마련된 총본부에서 취재 등록까지 마쳐야 했으므로 시간이 극히 모자랐다.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따라서 C73 공략을 위해 필자보다 먼저 일본에 도착한 지인과 연락한 끝에, 좀 더 일찍 입장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둔 일본 현지인들을 소개 받아 그들과 합류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난 2007년 12월 29일, 아키하바라 취재를 마친 필자는 C73 공략에 필요한 지도와 취재용 장비들을 모두 챙겨, 현지인들의 베이스 캠프(?)인 오다이바의 모처로 향했다.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코미케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단어'의 뜻을 정의해보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필자의 글을 유심히 본 분이라면, ‘참가자’ 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튀어 나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분명히 동인지를 사고 파는 행사인데, 어째서 ‘손님’ 이나 ‘구매자’ 가 아닌 ‘참가자’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코믹마켓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라는 코믹마켓의 기본적인 사상때문이다. 즉 서클 측에서 동인지를 판매하는 사람이든, 행사장에 입장해서 동인지를 사는 사람이든,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든 모두 평등한 참가자라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코믹마켓에서는 ‘개인 참가자’, ‘서클 참가자’, ‘코스프레 참가자’ 라는 용어만 존재하고, ‘구매자/판매자’ 라는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행사장을 정리하거나 코믹마켓의 진행을 돕는 스태프들도 댓가를 전혀 받지 않고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기본 사상을 알지 못하는 일부 참가자들이 마치 자신이 손님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간혹 있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줄서기부터 입장까지 숙소가 있는 미나미센쥬(南千住)에서 목적지인 오다이바의 모처에 도착한 것은 29일 오후 11시. 먼저 도착해 있던 필자의 지인과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현지인들과 공략(?)할 서클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새우잠을 청했다. 하지만 새우잠도 잠시, 주변이 수선스러워 일어나 보니 30일 새벽 3시 30분이었다. 네 시간도 못 잔 셈이다. 졸린 눈을 부비며, 전날 저녁에 마련해 두었던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칼로리를 보급했다. 앞으로 하루 내내 이 칼로리만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빅사이트로 이동을 시작했다. 5분쯤 걸었을까, 하늘에서 난데 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황급히 출발지로 돌아가 우산을 챙겨 나왔다. 하지만 그렇게 내리던 비는 10분이 지나자 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일제히 불평을 늘어놓는 일행들. 어디가 어딘지도 알아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가운데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천신만고끝에(?) 빅사이트에 도착한 것은 30일 새벽 4시 30분경. 미리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던 현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빗물을 대강 닦아내고 비좁은 자리에 앉았다. 이제부터는 2일차 행사가 시작되는 오전 10시까지 무려 여섯 시간 동안 끊임없이 기다려야 한다. 추위와 졸음과 싸우면서. 저 건너편에 보이는 편의점, 패밀리마트(FamilyMart)는 불야성이다. 참가자들이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따뜻한 음료나 야식거리를 사느라고 분주히 오간다.
일행들과 서투른 일본어를 섞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위가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시간은 6시 30분. 하지만 줄 이동을 위해 준비가 시작되는 8시 30분까지는 아직도 2시간이 남아 있었다. 식어 빠진 삼각김밥을 꺼내서 추위 때문에 떠느라 소모된 칼로리를 보충하면서, 여름에 살아 돌아왔으면 그만이지 왜 이 지옥에 사서 왔는지 잠시 후회해본다.
필자의 지인 중, 지난 2007년 가을에 처음 한국에 와서 필자와 함께 서울을 돌아다닌 N씨가 있다. 혹시나 이 N씨도 빅사이트에 와 있지 않나 싶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잠시 자리를 빠져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시 돌아오니, 일행들이 전부 다 일어나 있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보니 시간은 8시 30분. 입장을 위한 이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날이 밝자 추위도 한결 가시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고개를 몇 번 돌리지도 않아 참상(?)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어디를 둘러 봐도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이 자리에 대체 몇 명이나 몰려 들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서 있던 자리 주위를 찍은 것인데, 기사를 정리하는 지금도 사진을 보니 정신이 멍해진다. 한편 필자가 줄을 선 옆에서는 서클 참가자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다. 일반 참가자들의 입장은 10시부터 시작되지만, 서클 참가자들은 행사장에 입장하여 자신들에게 배정된 공간(이를 스페이스Space라 한다)에 도착한 다음, 판매할 책의 견본을 제출하는 등 여러가지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클 참가자들의 입장은 8시경부터 시작된다. 물론 일반 참가자들과 서클 참가자들이 대기하는 장소도 서로 구분되어 있다. 혹시라도 코믹마켓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실수해서 엉뚱한 곳에서 줄을 서지 않도록 주의하자. 만약 줄을 잘못 섰다면 저 멀리 주차장 밑으로 발길을 돌리는 우울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기다리자 드디어 입장을 위한 줄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어느 쪽이 먼저 움직이나 했더니 필자가 서 있는 쪽이 먼저 움직이는 게 아닌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갔다. 위도 사람, 아래도 사람,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봐도 보이는 건 오직 사람들 뿐이다. 잠도 제대로 못잔 머리에 현기증이 인다. 자칫 잘못해서 발을 헛디디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천천히 움직여 주세요!” 라고 외치는 스태프들의 주의가 연신 귓가를 스친다. 입장 성공, 본격적인 취재 시작 추위와 졸음, 지루함을 기다린 끝에, 첫 번째 목적지인 기업 부스가 위치한 서 3-4홀 앞에 도착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어디에선가 멜로디와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오전 10시 정각. 드디어 C73 두 번째 날의 막이 올랐다. 잠시 후 드디어 기업 부스 입장이 시작되었다. 저마다 잰걸음으로 자기가 원하는 기업의 부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필자는 기업 부스 지도를 미리 확인하지 않은 탓에, 현지인들에게 주워 들은 위치만 믿고 쫓아갈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론티어 웍스(Frontier Works) 부스로 이동해서,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DJCD 2007년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선착순 한정으로 주어지는 피자 박스도 받았다. 급한 불을 끄고 나서(?), 취재 허가를 받기 위해 코믹마켓 총본부가 있는 동 1홀로 이동할 차례다. 코믹마켓 행사장 안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보도용으로 찍은 사진을 게재할 때에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코스프레 사진을 찍는다 해도 당사자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많은 제약이 따른다. 동 1홀에 마련된 총본부에 명함과 취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주의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취재’ 라는 글자가 새겨진 완장과 취재증을 받았다.
취재 등록을 마친 후, 동 1-2-3홀과 동 4-5-6홀을 먼저 둘러 보았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 날(12/30)은 주로 여성향 작품들을 주제로 다룬 동인지가 많이 출품되었다. 때문에 일반 참가자들의 비율도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았다. 심지어 “여성 참가자들이 많아서 일부 남자용 화장실을 여자용 화장실로 사용하겠다”는 방송까지 나왔으니 어느 정도였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시리라 믿는다. 실제로 아래 사진을 보아도 남성 참가자들보다는 여성 참가자들의 비율이 훨씬 높다.
많은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자신이 노렸던 서클의 동인지를 구입하거나, 서클들을 둘러보다가 흥미있어 보이는 동인지들을 집어든다. 어느 작품에서 봤다 싶은 옷을 입고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참가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서클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아래 사진처럼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동인지를 구입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방금 전에 구입한 동인지를 훑어보면서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시작하면 단순히 줄을 세운다 해서 혼잡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럴 때에는 서클 근처가 아닌 다른 곳에 4~6열 종대로 줄을 세운 다음, 20~30명씩 끊어서 서클 쪽으로 보내면서 책을 구입하게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서클을 찾아서 줄을 서려면, 줄의 맨 마지막 끝으로 찾아가 줄을 서야 한다. 대부분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줄의 마지막입니다” 라는 표지판을 들고 있으므로, 여기로 찾아가 줄을 서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규칙이 하나 존재한다. 만약 맨 뒤에 있던 사람이 표지판을 들고 있다가 자신이 새로 줄을 섰다면, 그 표지판을 넘겨받아 자신이 들고 있어야 한다. 마치 벌을 서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줄을 설 정도로 인기 있는 서클이라면 머지 않아 다른 사람이 또 올테니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30초 이상 표지판을 들고 있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도 도저히 대책이 서지 않는 서클이 코믹마켓에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테면 동인 활동으로 시작해서 코믹마켓에서 인기를 얻은 다음 메이저한 잡지에 연재를 시작했다거나, 몇 년째 높은 품질의 동인지를 코믹마켓에 내놓으면서,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몰릴 정도로 네임 밸류를 쌓은 서클들이 바로 그런 서클들이다. 코믹마켓에 참여하는 서클들 중, 대체로 100~200개 정도의 서클이 이런 서클에 해당하며, ‘오오테(大手)’ 라고 불린다. 이런 서클들이 서로 인접한 공간에서 동인지를 팔아댄다면, 내부의 다른 서클들은 물론 일반 참가자들까지 극심한 혼잡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서클에 사람이 많이 몰린다고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주최측인 코믹마켓 준비회에서는, 이런 오오테 서클들을 건물의 가장자리로 배정하고, 참가자들의 줄도 아래 사진처럼 건물 밖에 세운다. 바깥으로 세운다. 때문에 오오테 서클들을 다른 말로 ‘벽 서클’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건물 밖에 줄을 세운다 해도, 사람들이 많아지면 아래 사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사진이 펼쳐진다. 피로와 졸음은 기본이요, 여름에는 더위와,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특히 취재 당일(12/30)은 찬 바람이 몰아쳐서 더욱 더 견디기 힘들었다. 이처럼 바깥에 줄을 서 있다가, 열사병이나 저체온증을 일으켜 쓰러지는 사람들도 있다. 가혹한 환경이니만큼 더위나 추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바깥에 줄을 서 있는다 해도,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줄이 가장 마지막 줄임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잘 찾아 가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엉뚱한 곳에 줄을 서 있다가 시간을 낭비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줄 중간에 줄을 서려고 하면 스태프나 다른 참가자들이 귀띔을 해 주겠지만, 자칫 현지인들과 시비가 붙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윽고 오전 12시를 넘어서면서, 동인지가 매진된 서클들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서클은 음악 제작용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의 마스코트인 ‘하츠네 미쿠’와 여성향 소설인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주제로 한 동인지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12시 30분경 동인지가 매진되었다. 취재때문에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필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속이 쓰렸다.
쓰린 속을 부여잡고(?) 동 4-5-6홀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또 다른 던전인 동 4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찍은 것이다. 여기도 매우 북적였다.
이곳 역시 동 1-2-3홀과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아,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훨씬 높았다. 남성향 동인지가 주로 집중되는 3일차가 되면 이런 성비가 완전히 역전된다.
특히 동 5홀에는 서클 참가자를 위한 안내 창구가 마련되어 행사 진행시 일어나는 문제점을 지원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서클 참가자를 지원하는 스태프들 역시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는 자원 봉사자들이다. 사진에 찍힌 한 여성 스태프가 아무렇지 않게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 여담이지만 코믹마켓에 참여하다 보면 스태프들이 태연하게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은 지난 2006년 겨울에 열린 코믹마켓71(C71)에서, 빨간 명찰(!)에 검은색 계급장, 전형적인 한국군 해병대 복장을 한 스태프를 보고 기겁했다고. 필자도 그 이야기를 듣고 C73에서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국 그런 스태프는 찾지 못했다.
이렇게 정처없이 헤매는 사이에 시간은 지나, 오후 1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취재 중간 중간에 건진 전리품들을 추스리고, 동관 못지 않은 지옥인 기업 부스가 설치된 서관으로 향했다. “서관은 이미 지옥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동관과 서관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동관의 2층에 마련된 통로를 따라 서관으로 가면 그만이다. “그게 뭐가 대수인가요?” 라고 반문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곳은 코믹마켓이 열리고 있는 행사장임을 감안하시기 바란다. 사람들이 워낙 많은 탓에 동관에서 서관으로 오가는데만 20분~30분 이상 걸린다. 뿐만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아래 그림처럼 사람들에게 휩쓸리는 무서운(?)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정말이다(과장 30%). 아래 사진은 동관 1층에서 올려다 본 연결 통로이다. 이 통로를 따라가면 서관으로 건너갈 수 있다.
동관 2층으로 올라가서 찍은 사진이다. 시간이 오후 1시를 넘다 보니 간이 의자에 앉아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보이고, 의자가 없으면 아무데나 주저앉아 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통로가 동관-서관을 잇는 연결 통로이다.
이렇게 직진하다 보면, 아래 사진처럼 오른쪽에 서관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나타난다. 하지만 이 통로가 비교적 좁은 탓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통로를 빠져 나가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조명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실제로 지난 코믹마켓72에서, 필자는 이 통로를 지나가다 폐쇄공포증 비슷한 증상으로 발작을 일으킬 뻔 했다. 날은 덥고, 땀은 흐르고(공조시설도 소용이 없다), 주위가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탓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2~3분만 더 그 장소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틀림없이 쓰러졌을 것이다. 딱히 체력이 약하거나 지병이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을 계속 하게 되면 극심한 체력 저하에 허덕이게 된다.
이 통로를 빠져 나오면 다시 길이 갈라진다. 왼쪽의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된 방향으로 직진하면 서클 참가자들이 동인지를 판매하는 서 1•2홀로 갈 수 있으며, 오른쪽의 녹색 화살표로 표시된 방향으로 나가면 서 3-4홀로 가는 외부 통로가 이어진다. 필자의 관심사는 기업 부스에 있었으므로 오른쪽의 녹색 화살표를 따라갔다.
그때까지 같은 통로를 걷고 있었던 사람이 절반쯤은 서 1-2홀로 향하고, 절반쯤은 기업 부스가 이는 서 3-4홀로 향했다. 사진에서 빨간색 테두리가 쳐진 곳이 바로 서 3-4홀로 가는 방향이다.
이 출구를 나가자 아래 사진처럼 바깥 풍경이 펼쳐졌다. 잔뜩 흐려진 하늘은 간간이 비를 뿌리고 있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간 다음에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서 3-4홀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대기 단계에서 상당한 체력을 소비한데다, 제법 넓은 공간을 꼬박 걸어 다녔더니 졸음이 몰려올 지경이었다. 할 수 없이 적당한 공간에 주저앉아서, 취재 틈틈이 구입한 동인지들을 잠시 확인했다. 출국 전에 각종 프로젝트와 기말 시험때문에 철야하면서 바닥나버린 체력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한 10분 쯤 앉아 있었을까,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온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길바닥에 누워 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몰려왔다.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추스려 일어섰다. 사진에 보이는 계단이 서 3-4홀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서 3•4홀로 가는 길의 중간에는 코스프레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코스프레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 장소에서만 할 수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함부로 사진을 인터넷 등에 공개할 수 없다. 또한 여성 참가자의 경우 코스프레 의상의 노출도가 높으면 제재를 받는 등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이 날은 간간이 비가 오는 탓에 코스프레 참가자들이 적었는데, 결국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데는 실패했다.
그리하여 간신히 입장한 서 3-4홀은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을 훌쩍 넘어선 시점에서도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여담이지만 지난 C72 첫날이었던 2007년 8월 17일 13:00경, 필자는 동관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서관 3-4홀에 들렀다가 정말로 아찔한 광경을 눈 앞에서 보았다. 서 3-4홀에서 나가는 사람들의 줄과 들어오는 사람들의 줄이 한 순간 뒤엉켜 아수라장이 된게 아닌가. 때마침 스태프 한 명이 더위때문에 탈진한 여성 참가자를 바깥으로 실어 나르려다가(?) 한 가운데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이런 아노미(Anomie) 상태는 무려 10분 가까이 지속되었는데, 이 시간 동안 스태프라고는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미스테리이다.
이 서 3-4홀에는 약 120개 정도의 기업이 부스를 열고 홍보/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모든 부스를 소개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이제부터는 촬영에 성공한 각 기업 부스의 사진을 소개하며 간단하게 설명을 곁들이도록 하겠다. 먼저 아래 보이는 사진은 여성향 드라마 CD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의 부스이다.
아래 사진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투하트>, <투하트2>의 제작사인 아쿠아플러스(Aquaplus)의 부스를 찍은 것이다. 사진에 보이는 2차원 바코드(QR코드)에 저장된 URL로 휴대전화에 접속하면 대기 화면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행사 기간은 C73이 열리는 12월 29일부터 12월 31일 자정까지였는데, 혹시나 싶어 1월 1일 새벽에 접속해 보았지만, 기한이 지났다는 에러 메세지만 출력될 뿐 다운로드는 불가능했다.
아래 사진은 2007년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인 <마법소녀 리리칼 나노하 스트라이커즈>의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부스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휩쓸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재고가 남아 있었는지 부지런히 매상고를 올리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는 미디어팩토리(Media Factory)의 부스이다. <제로의 사역마>, <일기당천> 등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간판에 보이는 <제로의 사역마>의 히로인, 루이즈의 모습이 일반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최근 일본 현지에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개가 시작된 <공의 경계>를 제작하고 있는 아니플렉스(Aniplex)도 부스를 내고 있었다. 이 아니플렉스는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저팬이 100% 출자한 자회사이며, 당일에는 극장판 <공의 경계> 관련 상품 판매 이외에 곧 출시될 CD와 DVD 예약 접수도 받고 있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 용품점인 K-BOOKS 역시 전화카드나 마우스 패드, 책자 등의 한정 상품을 팔아대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포스터에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짐작하시다시피 매진되었다는 표시이다.
혹시 일본의 아스키(ASCII)사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잡고 만들어낸 8비트 컴퓨터인 MSX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아래에 보이는 것은, 칩 하나에 당시 MSX의 기능을 담았다는 상품이었다. PC와는 USB 방식으로 연결하며 행사장에서 특가 2만엔에 판매중이었다. 부스를 낸 회사는 D4 엔터프라이즈. 그런데 여기는 아키하바라가 아니라 오다이바인데?
아래는 성인용 게임 제작사인 리틀 위치(Little Witch)의 부스이다. 2008년 달력을 판매하고 있었다. 과거 게임 <북으로>를 즐겼던 독자라면, 부스 전시물에 그려진 일러스트가 낯설지 않으리라.
성인용 게임 제작사인 하이쿠오 소프트도 부스를 냈다. 오후 2시 45분부터 사진에 보이는 포스터를 무료 배포하겠다며 참가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보이는 일러스트 대부분이 전공을 잘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담이지만 이 타입문이 무언가를 내놓으면 항상 2개 3개씩 사들여서 야후 옥션에 팔아 한몫 건져 보겠다는 참가자들이 덤벼들기 마련이다. 기업 부스에 몰리는 사람들 중 절반 가까운 사람이 이 타입문 부스를 노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 캐롯에 어서 오세요!> 로 잘 알려진 성인용 게임 제작사인 F&C도 참여 부스를 내고, 2008년에 발매될 게임을 여럿 홍보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회사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방송하는 방송사도 부스를 냈다. 아래 사진은 한편, 이번 C73 기업 부스에서 우리나라 게임도 찾아볼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일본 현지 법인인 엔씨저팬에서 부스를 내고, <리니지 2> 관련 포스터나 쇼핑백 등 관련 상품을 판매했다. 필자는 사전에 이 정보를 입수하고 작은 인터뷰라도 마련해 볼까 했지만, 연말인데다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결국 인터뷰는 불발로 끝났다.
오후 2시 20분이 조금 넘었을 무렵, 빅사이트를 나서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택배편으로 부칠 동인지들이다. 개인 참가자가 당일 사들인 동인지를 집으로 부치는 경우도 있고, 서클 참가자가 재고로 처리할 동인지를 집으로 부치는 경우도 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다이바를 관통하는 모노레일인 ‘유리카모메’의 ‘국제전시장 정문’ 역으로 향했다. 이미 오늘(12/30) 행사에서 건질 만큼 건진(?) 사람들이 내일(12/31) 열리는 마지막날 행사를 위해, 혹은 출근해야 할 직장을 위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질서 의식 없이 성립될 수 없는 코믹마켓 지금까지 코믹마켓73의 두번째 날(2007년 12월 30일) 풍경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평소 코믹마켓에 관심이 있었지만 바다 건너에서 열리는 행사라 직접 가보지 못했던 분들의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렸기를 기대해 본다. 글 중간 중간에 밝혔듯, 필자는 지금까지 코믹마켓에 두 번 참여했다. 이처럼 코믹마켓에 참여하면서, “이 나라 사람들 질서는 참 잘 지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들 주최측에서 하지 말라는 일은 어지간하면 안 하고, 줄 서라면 잘 선다. 코스프레도 지정된 곳에서만 한다. 스태프가 말하는 내용도 충실히 따른다. 물론, 밤을 새워가며 자리를 맡는 극성 참가자들은 여전히 주최측인 코믹마켓 준비회의 골칫거리이긴 해도, 어쩌면 이런 질서 의식이 있어 몇십 만명이 몰리는 행사에서 지금까지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모 행사처럼 주변에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이 너저분하게 들어서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태연히 옷을 갈아 입으며, 미성년자들이 구석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C73의 마지막날, 한 일본인에게 “한국에도 코믹마켓하고 비슷한 행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는 운영을 어떻게 하나요?” 라는 질문을 받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물론 코믹마켓이라 해서 무조건 문제가 없는 모범적인 행사는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철야조를 비롯해 패러디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 비대해진 규모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스태프들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껏 이 정도 규모에서도 끔찍한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로마에서는 로마 법을 따르라 했다(When you’re in Rome, do as Romans do). 우리나라 생각만 하고 우격다짐으로 행동하다 보면 귀먹은 욕은 물론이요 나라 망신까지 시키기 십상이다. 혹여나 이 글이 계기가 되어 코믹마켓에 참가하실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꼭 질서를 지켜 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 코믹마켓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사이트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코믹마켓 공식 사이트(일본어) : http://www.comiket.co.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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