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부터 8월 27일까지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시에서 열리는 '엔비전(NVISION) 2008'은 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인 엔비디아가 협력사들과 손잡고 연 비주얼 전문 컨퍼런스입니다.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행사로 열리는 것이라 되려 '게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형편이었습니다.
일반 소비자, 게이머부터 전문가 및 과학자들까지. 이처럼 한데 모이는 행사는 매우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번 행사에서도 그 두 부류가 겹치는 것은 메인행사 정도였지만 이런 기회 자체가 생겼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죠. 모니터를 벗 삼아 디지털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아마도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 행사를 유치한 산호세는 시정부 차원에서 축제로 밀고 있었습니다.
'The World of Visual Computing'이라는 모토를 내건 행사다보니, 아무래도 필요한 시설물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전시회가 열릴 컨벤션센터도 그렇고, 주요 행사를 진행할 시설물도 나름 꽤 큰 일꺼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행사는 산호세 시정부에서 나서서 교통정리를 다 해줬습니다.
지자체가 기업체의 행사를 지원하는 건 요즘 흔한 일이긴 한데, 시 자원을 이번처럼 집중하는 건 일단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산호세라는 시를 한국 도시에 빗대자면 '천안' 정도인데, 천안시에서 지역 안에 있는 기업 행사를 대규모로 유치해서 어떻게 해봤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직접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단, 산호세에서 이룬 업적(?)이라면 우선 행사를 유치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겠고.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행사장 주변을 모두 정리정돈했다는 점 정도가 눈에 띕니다. 경찰을 곳곳에 배치해 치안이나 안내 문제를 해결하고, 컨벤션 센터 직원들이 앙케이트와 행사지원에 총동원되서 아침 일찍 갔을 때에는 이들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해 보였습니다.
▲ 산호세 컨벤션 센터 전경
▲ 컨벤션 센터 앞 분수는 '엔비디아 색'으로 물들었다.
엔비전 2008은 사흘동안의 일정으로 주요 순서가 진행됩니다. 일반 참관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는 산호세 컨벤션 센터와 퍼포밍 아트 센터 등 두 곳에서,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행사는 힐튼 및 매리어트, 페어몬트 등 주변 호텔과 시설물 등에서 분산되어 개최됩니다. 일단 본 행사 들어가면 두 부류는 딱히 서로 볼 일 없지요.
그런데, 참관자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랄 것이 이 모든 시설물이 도보로 5분 거리 내에 다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사장이 띄엄띄엄 있으면 돌아버리기 좋지요. 이번 행사 자체가 제가 다녀 본 행사 중에서는 소규모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날씨도 좋은 가운데 돌아다닐 곳이 서로 붙어 있었다는 점은 축복이었습니다.
▲ '비디오 게임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산호세 시빅 오디토리움'
일반인 대상 행사는 컨벤션 센터, 퍼포밍 아트 센터, 그리고 비디오 게임 라이브 공연이 열리는 시빅 오디토리움 정도입니다. 셋 모두 횡단보도 1~2개 건너면 옮겨다닐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었죠. 이중 '시빅 오디토리움'은 '비디오 게임 라이브' 공연만 합니다. 총 두번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행사 둘째날 행사지요.
주요 전시나 행사는 모두 컨벤션 센터에서 도맡습니다. 참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게 좋죠. 날씨 좋은 건 좋지만, 동선 늘어지면 사람 지칩니다. 가뜩이나 대학 강의 수준의 키노트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런 것에 힘 빼면 오래 못 듣죠. 시설들의 입지나 시설물의 수준 모두 좋았습니다. '산호세'가 한국으로 치면 '천안' 정도겠으나, 도시 수준은 확실히 '분당' 넘어서더군요.
▲ 행사 첫째 날, 오픈 직전의 준비 모습
▲ 산호세 컨벤션 센터 규모는 코엑스 태평양홀과 대서양 홀 합친 수준? 생각보다 꽤 큽니다.
엔비전 2008의 경우, 모두에게 오픈된 행사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강의 수준의 키노트와 강연은 모두 다 유료입니다. 세션이 분야에 따라 구분되는데, 대개 500달러 내외입니다. 등록비용이 말이죠. 미리 인터넷으로 등록하면 할인이 되긴 하는데, 그렇지 않고 현장등록으로 한다면 부담이 만만찮을 껍니다.
모든 분야를 다 들어갈 수 있는 무적의 '프레스' 태그 가치가 산수로 따져봐도 1만 달러 수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다양한 세션이 푸짐하게 마련되어 있었지요. 위에 언급한 일반인 대상 시설이 총 3 곳이었는데, 이런 비싼 강연 세션이 열리는 곳은 컨벤션 센터 외에 여럿 됩니다.
▲ 프레스센터는 조촐한 수준. '프레스 룸'이라는 표현이 알맞는 규모
힐튼, 매리어트, 페어몬트 등 주변 호텔 시설 전부와 'iGAMES EXPO'가 열리는 크라운플라자가 강연 시설물에 해당되지요. 이번 행사를 위해 엔비디아 소속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물론, 비주얼 산업에서 이름 날리는 유명기업들이 총출동해 자사 고객과 학계 인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세션을 진행합니다. 학업에 뜻이 있다면 꼭 체크할 부분이지요.
이번 행사에서 지포스 세션도 따로 있고, ESWC 파이널 행사도 겸하고 있긴 하지만. 엄연히 행사의 포커스는 비주얼 산업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되려 게임이 눈에 띄지 않는 역효과가 없지 않은 상황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온라인을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서 이번 행사 소식이 전해지겠지만, 게임 내용보다는 다른 내용이 분명 '매우' 많을 것입니다.
▲ 주요 키노트가 매일 열리는 '산호세 퍼포밍 아트센터'
▲ 등록자를 대상으로 한 행사임에도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더군요.
PC를 다루는 입장에서 접할 수 있는 비주얼 컨퍼런스로는 엔비디아가 여는 '엔비전 2008'이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도 독보적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예상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비주얼 산업이 분명 컴퓨팅 업계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 난 분야이긴 하나, 그 수요처에서 받아들이기는 너무나 쉬워야만 하는 극단적인 산업분야입니다.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 회사가 소수인 상황에서는, 분명 먼저 하는 곳이 모든 것을 가져갑니다. '승자승 독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선행자 독식'이라는 말도 함께 존재하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엔비전 2008'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가장 크고 성대한, 그런 것 보다는 1위 사업자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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