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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만담

코믹마켓74(C74) 1부 : 일반 서클편

by 테리™ 200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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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동인지(同人誌) 판매행사인 코믹마켓74(이하 C74)가 지난 2008년 8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3일동안, 도쿄의 오다이바(お台場)에 위치한 빅사이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3일간의 행사 광경과 함께, 지난 C73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 이 글에 사용된 사진은 정식으로 프레스 등록 후 촬영한 것임을 밝힙니다.
*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하여 사진의 일부분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 이 글에서 사용된 이름이나 지명은 가장 현지 발음에 가깝다고 생각되는 형태로 살렸습니다.
* 코믹마켓(コミックマーケット), 코미켓(コミケット), 코미케(コミケ) 등은 유한회사 코미켓(有限会社コミケット)의 등록상표입니다.
* 코믹마켓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와 용어에 대한 해설은 '[특집] 코믹마켓73 (C73) 참전 보고서'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코믹마켓을 모함했는가?

코믹마켓은 항상 개최될 때마다 여러가지 화제를 몰고 다니지만, 올해 열린 이번 C74는 특히 여러가지 의미에서 수난을 제대로 겪은 행사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지난 2008년 8월 3일에 열린 행사인 원더 페스티벌(Wonder Festival)에서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를 들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킨 에스컬레이터는 개인 서클과 기업 부스가 설치되는 서관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탄 나머지 역주행 사고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C74에서는 이 에스컬레이터의 사용이 금지되었으며, 동관이나 서관에 마련된 다른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에도 스태프들의 주의가 뒤따랐다.


▲ 참가자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안내문

그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협박 소동이다. 코믹마켓의 주최측인 코믹마켓 준비회에 따르면, 행사 몇 개월 전부터 코믹마켓 준비회 앞으로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한다. 이에 코믹마켓 준비회에서는 경찰 및 사설 경비원들과 함께 입장하는 모든 참가자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 사고 예방 활동을 벌여야 했다.

또 C74 1일차인 8월 15일에는 "코믹마켓 행사장에 수류탄을 들고 들어가겠다"는 협박글을 2ch(http://www.2ch.net)에 남겼던 용의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실제로 10여년 전에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동인지를 내놓는 서클에 앙심을 품고 발화 장치를 가지고 들어갔던 사람이 잡힌 적도 있다.


▲ 소지품 검사를 알리는 전광판의 안내문

'C74 1일차'는 여성 참가자들이 강세!

C74 1일차인 8/15일의 날씨는 매우 맑았다. 날씨가 너무 맑은 탓에(?), 여성향(女性向) 서클을 노리고 찾아온 여성 참가자들이 곳곳에서 쓰러졌다는 후문이 전해져온다. 하지만 여름에는 탈진, 겨울에는 저체온증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은 이미 일상화된 광경인듯 하다.

회장 안에서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아까 ○○서클에서 세 명 쓰러졌다는데?” “그래? 작년보다는 적네?” 하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아래 사진은 5시 45분경에 찍은 사진이다. 이미 입구쪽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이 보이는데, 보통 새벽 4시경에 도착한 사람들이 사진의 명당(?)을 차지한다.


▲ 이미 수 많은 참가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일견 평온해 보이는 대기 장소의 분위기도 잠시 후 일변한다. 5시 47분경, 린카이센(りんかい線)과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 첫 차를 타고 온 일반 참가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가히 장관 아닌 장관이라 할 만하다.


▲ 첫 차를 타고 도착한 사람들

내리쬐는 햇볕, 그리고 흘러내리는 땀과 싸우며 기다리다 보면, 오전 8시 40분부터 입장을 위한 줄 이동이 시작된다. 이 줄 이동은 맨 앞의 선두열부터 움직이면서 시작되므로, 자신이 서 있는 줄이 움직이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조금 늦게 줄을 선 경우라면, 개장 시각인 오전 10시를 지나서 이동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래 사진은 줄 이동이 시작된지 50분이 지난 9시 30분경에 찍은 사진이다.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이동을 준비하는 광경이다.


▲ 줄 이동을 준비하는 일반 참가자들

이렇게 줄 이동이 시작되는 와중에도 일반 참가자들이 계속해서 밀려든다. 아래 사진은 주위 건물의 유리창에 반사되는 일반 참가자들의 행렬을 찍은 것이다. 날은 상당히 덥지만, 각자 노리는 서클에 대한 기대감 탓인지 표정들은 모두 밝았다.


▲ 계속해서 밀려드는 일반 참가자들

일어선 상태로 10분이 지나자 드디어 빅사이트로 향하는 계단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아래 사진만 보아서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몰렸을지 짐작하기 힘들것으로 생각되어, 잠시 줄의 이동이 멈춘 사이에 다소 무리한 각도로 찍은 사진을 함께 싣는다. 아래 사진의 돔형 지붕이 있는 건물이 린카이센 국제전시장역인데, 이 국제전시장 역까지 인파가 이어진다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 빅사이트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참가자들


▲ 반대 방향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처럼 차례차례 이동한 사람들은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행사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린다. 빅사이트의 입구쪽에서 줄을 섰던 사람들은 동관과 서관을 잇는 2층의 통로에서, 동쪽의 주차장쪽에서 줄을 섰던 사람들은 1층에 있는 동관쪽의 입구에서 대기하기 된다.

아래 사진은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9시 53분경에 2층의 통로 너머로 보이는 광경을 찍은 것이다. 동 123관의 입구에 줄을 선 일반 참가자들이 셔터가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 '동관'에서 셔터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참가자들

행사 시작후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행사장 안의 혼잡도는 극도에 달했다. 지난 기사에서는 겨울에 열린 C73을 소개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여름에 열리는 C74쪽이 참가 서클도 많고 참가 인원도 많은 탓에 체감 혼잡도는 배 이상이었다. 아래 사진은 동 123홀의 내부를 찍은 것인데, 사진 상으로도 여성 참가자들의 비율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 동 123홀의 내부.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높았다.

행사장 안 뿐만 아니라 바깥에도, 오오테(大手, ‘벽 서클’) 서클을 공략하려는 참가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사진은 동1홀의 바깥에 줄을 선 한 여성향 서클의 신간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촬영한 것이다. 줄을 선 사람들 중에 남성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금남의 아우라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 동 1홀의 바깥에 줄을 선 여성 참가자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남성향(男性向) 서클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아래 사진처럼 남성향 서클을 공략하기 위해 행사장 바깥에 줄을 서는 일반 참가자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 동 1홀의 바깥에 줄을 선 남성 참가자들

참가자들이 차고 넘치기로는, 기업 부스가 위치한 서 3/4홀도 뒤지지 않았다. 자신이 노리는 기업 부스의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더위도 아랑곳않고 줄을 서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사실 이 줄에 선 사람들 중 대부분은 특정 기업의 물품을 노리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에 대한 이야기는 미확인 정보가 많은 이유로 방담을 이용해 소개하고자 한다.


▲ 기업 부스에 늘어선 참가자들

한편, 행사장 안에서는 코믹마켓 준비회쪽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다. 참가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상품들은 일러스트가 들어간 종이백과, 코믹마켓 준비회에서 발행하는 공식 소식지인 ‘COMIKET PRESS’ 이다.

이외에 올해 겨울에 열리는 C75 참가를 위해 필요한 신청서 세트도 판매하고 있다. 이런 판매 부스는 동123홀과 동456홀, 서12홀의 입구 근처에 마련되어 있다. 다만 COMIKET PRESS는 이틀째 오후 정도가 되면 매진 되는 경우가 많아서, 만약 이 소식지를 사고 싶다면 이동하는 중간에 보이는 대로 사 놓는 것이 좋다.


▲ 코믹마켓 준비회에서 판매하는 물품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이 코믹마켓 준비회에서 판매하는 종이백과, 소식지인 COMIKET PRESS 28이다. 종이백은 큰 것과 작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사진에 보이는 종이 백은 큰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일러스트인데다가 ‘그다지 민망하지 않다’ 는 점때문에 많은 참가자들에게 인기를 모았다. 더구나 이 종이백은 상당히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30권~40권 정도의 동인지를 넣어도 여간해서는 찢어지지 않는다.


▲ C74 공식 종이백과 소식지

뿐만 아니라 일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선샤인 크리에이션 40 기사에서도 잠시 소개한 바 있듯이, 올해 가을에 일본의 국회에서 심의가 이루어질 예정인 아동 포르노법 개정안에는, 아동 포르노물을 단순히 가지고만 있어도 처벌을 받는 조항이 존재한다.

아동 포르노물의 판단 기준이 지극히 애매한 탓에, 일본의 동인계에서는 이 조항을 독소조항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은 이런 아동 포르노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 현장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었다.


▲ 아동 포르노법 개정한 반대 서명운동

코믹마켓에서는 매번, 동인지에 필요한 종이의 원료로 쓰이는 나무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삼림보호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코믹마켓의 참가자들에게 이런 삼림보호기금 모금에 참여하자는 취지에서 행사장 곳곳에 붙어 있던 포스터이다.

이번 포스터의 일러스트에는 소설 및 극장판 애니메이션등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디어믹스 작품인 ‘공의 경계(空の境界)’의 일러스트를 담당한 타케우치 타카시(武内 崇)씨가 참여했다. 포스터에 등장한 인물은 다름아닌 ‘공의 경계’ 의 주인공, 료오기 시키(両儀式) 이다.


▲ 삼림보호기금 모금을 권유하는 포스터

행사장 바깥에서도 재미있는 물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여름에만 팔리는 코믹마켓 한정 음료인 ‘코믹 워터(Comic Water)’ 가 바로 그것이다. 가격은 150엔이며, 내용물은 다름 아닌 물(생수)이다.

하지만 이 코믹 워터의 특별한 점이 하나 있으니, 페트병에 붙어 있는 라벨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바로 미소녀 게임 제작사인 Navel사 소속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니시마타 아오이(西又葵)이다. 실제로 코믹마켓 행사장 안에서도 이 코믹 워터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코믹마켓 한정 생수, ‘코믹 워터’

이렇게 행사장 안팎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오전 12시를 넘긴 시간에도 일반 참가자들이 끊임없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오늘의 전리품을 챙기고 내일 벌어질 전쟁을 위해 귀가하는 사람들이다.

첫차를 타고 빅사이트에 도착한 경우, 보통 12시 정도면 자신이 노렸던 서클의 동인지나 상품을 모두 구입하고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단, 노리는 대상이 일반 서클이 아니라 서관의 기업 부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12시가 넘어도 일반 참가자들의 입장은 계속된다.

일반 서클의 폐장(오후 4시)이 가까워진 오후 3시를 넘어서면, 빅사이트 앞은 귀가하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룬다. 오늘 산 동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일 공략할 서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삼삼오오 무리지어 국제전시장역쪽으로 향한다.

이 시간대가 되면 린카이센 국제전시장역이나, 유리카모메 국제전시장정문역은 상당히 혼잡해진다. 선불식 교통카드인 스이카(Suica)나 파스모(PASMO)를 이용한다면 모를까, 차표를 사야 하는 사람들은 또다시 자동발권기 앞에 긴 줄을 서야 한다.


▲ 첫 날,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

코미케74 참전용사들과의 '인터뷰'

취재 첫날, 동관과 서관을 잇는 통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일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총 네 그룹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 일반 참가자 그룹 1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네 명이 서관으로 가는 통로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전리품들을 쌓아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1. 오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 저는 카나가와(神奈川)현의 요코스카(横須賀)에서 왔습니다(요코스카는 도쿄 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이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수도권(도쿄) 여기 저기에서 왔지요.

2. 지금까지 코믹마켓에는 몇 번 참가하셨나요? : 글쎄요, 25년 전부터 참가하고 있으니까 거의 50회 정도 참가한 것 같습니다.

3. 오늘은 무슨 상품들을 구입하셨나요? : 기업 부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악 CD나 한정 상품들을 구입했습니다.

4. 일반 참가자에게 코믹마켓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가지고 싶은 물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즐거운 물건들이 많으니까요.

5. 오늘 구입하신 물건들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테이블 위를 정리하면서) 모두 13만엔 정도는 쓴 것 같습니다.

- 일반 참가자 그룹 2

역시 서관으로 가는 통로에서 담소를 나누던 30대 중반의 여성 두명이 보였다. 이들에게 접근해서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1. 오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 호쿠리쿠(北陸) 지방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왔습니다(도쿄에서 서쪽에 위치한 츄부(中部) 지방 중 하나이다).

(신칸센이 더 빠르지 않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고속버스가 더 편리합니다. 왜냐하면 요금이 더 싸고, 무엇보다 전날 저녁까지 일한 다음에 심야 버스를 타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2. 지금까지 코믹마켓에는 몇 번 참가하셨나요? : 10년째 참가하고 있는데, 아마 참가하지 못한 적도 있으니까 17~18회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3. 오늘은 무슨 동인지를 구입하셨나요? : 슈에이샤(集英社)의 주간 소년 점프(週刊少年ジャンプ)에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되었던 만화인 ‘히카루노고(ヒカルの碁), 국내명 ‘고스트 바둑왕’)를 다룬 동인지를 구입했습니다.

4. 일반 참가자에게 코믹마켓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자신의 취미를 감추지 않아도 되고, 오타쿠로서 무언가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5. 오늘 구입하신 물건들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필자에게 구입한 동인지를 보여주면서) ‘히카루노고’ 의 주인공에게 빙의된 유령인 ‘후지와라노 사이(藤原佐為)’를 다룬 동인지를 구입했습니다.

- 일반 참가자 그룹 3

동관 2층에서 구입한 동인지를 분배하고 있던 20대 초반의 남성들 열 명이 보였다. 이들 중 한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라고 하면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 오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 저는 치바(千葉)에서 왔고, 다른 사람들은 도쿄나 카나가와 현, 치바에서 왔습니다.

2. 지금까지 코믹마켓에는 몇 번 참가하셨나요? : 5년 정도 참가했으니까 한 8~9회쯤 될 것 같습니다.

3. 오늘은 무슨 상품을 구입하셨나요? : 일반 서클도 돌았지만, 주로 기업 부스에서 한정 CD나 화집을 구입했습니다.

4. 일반 참가자에게 코믹마켓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일단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일반 서클에서 판매하는 동인지는 토라노아나(虎の穴), 메론북스(MelonBooks) 등의 동인지 전문점에서 위탁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살 경우 가격이 높아지니까, 직접 와서 보고 사는 편이 낫지요.

5. 오늘 구입하신 물건들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필자에게 구입한 동인지를 보여주면서) 기업 부스에서는 미츠미 미사토(*1)씨의 일러스트집, 그리고 이토오 노이지(*2) 씨의 일러스트집을 구입했습니다.

*1 : 미츠미 미사토(みつみ美里). 미소녀 게임 제작사인 리프(Leaf)사에서 ‘코믹파티’, ‘투하트’ 등의 캐릭터 원안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이다.

*2 : 이토오 노이지(いとうのいぢ). 소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涼宮ハルヒの憂鬱)’ 의 삽화 및 ‘나나츠이로★드롭스(ななついろ★ドロップス)’ 의 캐릭터 원안을 맡은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이다.

- 일반 참가자 그룹 4

마지막으로 동관 2층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20대 초반의 여성 두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 두 명은 다소 망설이는 기색이었으나, 결국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1. 오늘은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 도쿄에서 왔습니다.

2. 지금까지 코믹마켓에는 몇 번 참가하셨나요? : 2년 정도 참여하고 있으니 3회 정도 될 것 같습니다.

3. 오늘은 무슨 동인지를 구입하셨나요? : 일반 서클 중, 슈에이샤의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되고 있는 만화인 ‘가정교사 히트맨 REBORN!(家庭教師ヒットマンREBORN!)’ 을 다룬 동인지를 구입했습니다.

4. 일반 참가자에게 코믹마켓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전체적으로 떠들썩한 축제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5. 오늘 구입하신 물건들을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 (고심끝에 한 권을 보여주면서) 이런 책을 구입했습니다.

'C74 2일차', 동 123홀이 혼잡을 빚다

보통 코믹마켓에 통용되는 정설 중 하나가 바로 혼잡도에 관한 것이다. 즉, 첫 날은 엄청나게 사람들이 밀려들고, 둘째 날은 약간 한산하며, 셋째 날은 가장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 C74에서는 이런 정설이 통하지 않았다. 코믹마켓 준비회에서 공식 집계한 참가 인원은 첫 날이 16만명, 둘째 날이 17만명이다. 아무리 봐도 둘째 날의 참가 인원이 더 많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아마도 동 123홀의 서클 배치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원래 동 123홀에는 이틀차에, ‘탄막 슈팅 게임’ 으로 불리는 ‘동방 프로젝트(東方 Project)’ 관련 동인지(서클), 그리고 ‘백합(百合)’ 으로 불리는 여성향 장르를 다루는 동인지가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 C74에는 강적이 하나 더 등장했다.

지난 C73에서 기업 부스로 출전한 타입문(Type-Moon, 아크로팬 지난 기사 참조)이 페널티를 부여 받아서 기업 부스로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방향을 틀어서 일반 서클에 관련 상품을 풀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동 123홀은 이틀 내내 몸살 아닌 몸살을 앓아야 했다. 남성 참가자들의 수도 1일차보다는 훨씬 많이 늘었다.

아래 사진은 당일(8/16) 오전 5시 30분경에 찍은 것이다. 이때만 해도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어서 어느 정도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오전 8시를 전후해서 날이 개면서 다시 기온이 올라가 버렸다.


▲ 2일째에는 구름이 잠시 끼었지만 결국 다시 개었다.

날씨가 더워지기는 했으나, 빅사이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던 참가자들은 건물이 햇빛을 가려준 덕분에 다른 위치에 있던 참가자들보다는 훨씬 쾌적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 빅사이트 건물이 햇빛을 가려 주기도 했다.

아래 사진 역시 오전 5시 30분경에 찍은 사진이다.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자리를 깔아 놓고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던 사람들이 오전 8시를 넘어서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는 작전 회의를 하거나, 당일 공략할 서클을 최종 점검하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 결전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참가자들

아울러 오전 12시 경에는 빅사이트의 입구에서, 사설 경비원들과 코믹마켓 스태프들이 입장하는 사람들의 짐을 일일이 검사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입구 근처에 거대한 줄이 형성되어, 행사장을 나와 귀가하는 사람들도 홍역을 치러야 했다. 동행한 현지인 중 한 명도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저 안으로) 다시 들어갈 마음이 안 나죠?” 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C74 3일차', 최대 인파를 기록하다!

기사 곳곳에서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코믹마켓의 세 번째날은 항상 최대 인파를 기록한다.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여러 서클들이 주로 3일차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시간만 늦게 출발해도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 날은 빅사이트의 입구 대신, 동쪽에 마련된 주차장에 줄을 서서 입장해 보았다. 아래 사진은 동쪽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서 찍은 것이며, 많은 일반 참가자들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이동할 때도 사고 방지를 위해, 스태프들이 횡단보도에 서서 일정 인원씩 끊어서 통과를 시킨다. 뿐만 아니라 사설 경비 업체의 직원과 경찰들이 총동원되어 인원 정리에 나선다.


▲ 동쪽 주차장으로 향하는 참가자들

오전 6시가 되자 첫 차를 타고 온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동쪽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동쪽 주차장에서 줄을 설 경우 동관의 바깥쪽에서 입장을 기다리게 된다.

때문에 동관의 일반 서클을 노리는 사람들은 자연히 빅사이트 입구보다는 동쪽 주차장으로 몰리게 마련이다. 아래 사진은 오전 6시경, 동쪽 주차장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을 찍은 것이다. 이런 행렬은 개장 시간인 10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 이런 행렬이 계속 이어진다.

한편, 당일(8/17) 팔려나갈 동인지들도 이 시간에 반입된다. 아래 사진은 이동하는 중간에 틈을 보아 어렵게 촬영한 동 4홀 외부의 사진이다. 인쇄 업체에서 넘어온 각종 동인지가 반입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 행사장 안으로 반입을 기다리는 동인지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파를 따라 도착한 동쪽 주차장은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곳은 입구에서 가까운 곳인데, 잠시 쉬러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과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사람으로 매우 혼잡했다.

이 날의 날씨는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끼어 매우 쌀쌀했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람에 “이거 이러다가 비 내리는거 아니야?” 하는 참가자들의 걱정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일정이 끝난 오후 4시부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철수를 준비하던 서클 참가자들이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 아침부터 잔뜩 날이 흐렸다.

한편, 각 대기열 앞에는 다음과 같은 표지판이 붙어있다. 대기열을 벗어날 때는 이 표지판의 번호와 자신의 위치를 잘 기억해 놓아야 돌아올 때 고생이 덜하다. 보통 이런 표지판 앞에는 대기열의 번호와, 이 대기열이 만들어진 시간이 적혀 있기 마련이다.

이 대기열의 번호는 A부터 시작해서 알파벳 순으로 점차 증가한다. 뒤로 갈 수록 나중에 만들어진 대기열임을 나타낸다. 사진의 표지판에 적힌 번호는 A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일찍 만들어진 줄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코미케74 현장에서는 이처럼 표지판에 적힌 번호를 잘 기억해야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 행사가 시작되자, 빅사이트는 그야말로 남성 참가자 천국(?)이 되었다. 여성 참가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첫 날과 달리, 3일차는 거의 남성 참가자들 일색이라고 말해도 틀림이 없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면 그 실태를 능히 짐작 가능하리라.


▲ 남성 참가자들의 비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3일차.

코믹마켓 참가자들이 전리품(?)을 담을 때 애용하는 것이 바로 각종 종이백이나 토트백이다. 여성 참가자들의 경우 바퀴가 달려 끌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캐리어 가방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를 간파한 각 서클과 기업에서는 홍보용으로 각종 종이백을 제작해서 참가자들에게 배포한다. 배포 방법은 가지가지인데,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뿌리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고, 상품이나 동인지를 구입해야만 종이백을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종이백에는 애니메이션의 일러스트나 각종 캐릭터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때문에 코믹마켓 기간이 지나면, 아무래도 태연하게 밖으로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실상 이런 종이백들은 콜렉션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아래 사진은 올 가을부터 방영이 시작되는 한 애니메이션의 홍보를 위해 배포된 종이백이다.


▲ 애니메이션의 홍보를 위해 배포된 대형 종이백

오후 2시를 넘어서자 건질만큼 건진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날 산 동인지를 살펴보거나,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사온 동인지를 나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이번에는 좀 많이 건졌나?”

거대한 행사를 지탱하는 것은 ‘참가자 정신’

지금까지 8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3일간 열린 코믹마켓74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물론 이렇게 기사를 통해 소개한 광경보다, 여러 사정상 싣지 못한 사진들이 더 많다.

뿐만 아니라 코믹마켓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이번에도 다루지 못한 요소들도 많다. 이런 기사들은 올 겨울에 열리는 C75 관련 기사에서 다루고자 한다.

코믹마켓은 이미 총 참가 인원이 60만명에 가까운 거대한 행사로 성장한지 오래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행사이다 보니 그에 따른 위험 요인도 날로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탈 없이 행사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코믹마켓 근간에 깔려 있는 ‘참가자 정신’ 때문이 아닐까. 그저 동인지를 사러 온 ‘손님’ 이 아니라, 행사에 다 같이 참여하는 ‘참가자’ 로서 서로 돕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코믹마켓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제2부 기사에서는, 일반 서클 부스 못지 않게 치열한 전쟁터인 기업 부스의 면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정된 상품을 향한 거대한 욕망이 소리 없이 소용돌이치는 기업 부스의 현장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안내한다.


▲ 이번 '코미케74' 취재는 아크로팬 일본지부에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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