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을. 인텔(Intel)은 기존의 프로세서 설계 개념과 상당히 다른 펜티엄(Pentium) 4 프로세서를 등장시켰다. 이 프로세서의 특징은, 기존 FSB(Front Side Bus)에 쿼드 펌핑(Quad Pumping)을 사용했으며 고클럭을 위해 깊은 파이프라인을 가지는 넷버스트(Netburst) 아키텍처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FSB가 쿼드 펌핑을 사용하는 만큼, 유효 대역폭 또한 커졌다. 이 대역폭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론적으로 SDR(Single Data Rate) 쿼드 채널, DDR(Double Data Rate) 듀얼 채널 정도가 되어야 했다.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인텔이 선택한 것은 RDRAM(Rambus DRAM)의 듀얼 채널 구성이었다. 지금도 말 많은 바로 그 램버스 DRAM이 이 때 진득한 족적을 남겼다.
▲ 이 '조합'을 쓰기 위해서는 소비자는 물론 인텔까지 크나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850/845 칩셋 시리즈, '펜티엄 4'를 위한 방황의 흔적
처음 펜티엄 4와 함께 등장한 플래그쉽 칩셋, 850은 RDRAM 듀얼 채널로 대역폭을 맞추었다. 성능 면에서는 우수했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는 현재의 네할렘(Nehalem)과 DDR3 트리플 채널 정도는 우습게 보일 정도의 위용을 자랑했다. RDRAM의 높은 가격대는 새 플랫폼의 보급에 있어 가장 큰 문제였고, 결국 인텔은 RDRAM 이외에도 기존의 SDRAM이나 DDR SDRAM을 지원하는 칩셋을 출시하게 되었다.
처음 DDR SDRAM을 지원하기 시작한 칩셋은 845인데, 이 칩셋은 DDR SDRAM과 기존의 SDRAM을 동시에 지원했다. 이 칩셋 이후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DDR SDRAM을 사용할 수 있어서 보급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어려움을 겪은 다음부터 인텔의 새 플랫폼에서는 RDRAM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OSMU(One Source Multi-Use)'라는 단어를 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OSMU는 하나의 원작을 가지고 여러 형태의 매체에 가공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인텔은 프로세서에서는 펜티엄과 셀러론(Celeron), 제온(Xeon)의 관계에서 이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었고, 칩셋에서도 440BX와 ZX의 관계처럼 하나의 칩을 기본으로 하여 변형하기도 했다.
칩셋에서 이 전략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건 845 이후부터이다. 하나의 기본 모델에서 파생되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모델들과 이들의 개선버전들은 사용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특히 845의 경우에는 유난히 복잡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초기 펜티엄 4인 월라멧(Willamette)에서, 캐시가 개선된 새 공정의 프로세서 노스우드(Northwood)가 등장하는 시기에 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노스우드에서는 FSB가 533MHz로 올랐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칩셋이 필요했다. 인텔은 이를 위해 기존의 845 칩셋을 그대로 사용했으며, FSB 400MHz와 533MHz를 지원하는 칩셋, DDR 333을 지원하는 칩셋, 내장 그래픽 칩셋들이 섞이면서 라인업은 상당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MCH의 변화가 잦았다. 845와 845E의 차이는 FSB 533MHz의 지원 여부이다. 또한 845E와 PE의 차이는 DDR 333 메모리의 지원 여부가 된다. 내장 그래픽 라인은 한 술 더 뜨는데, 845G와 GL의 차이는 AGP 슬롯의 지원 여부와 FSB의 차이가 있다. 또한 845GE와 GV 또한 메모리 컨트롤러에서 기존의 PC133 SDRAM 지원 여부와 AGP슬롯의 지원 여부의 차이이다.
ICH에서도 ICH4 시리즈로 들어오면서 USB 규격이 2.0으로 바뀌었다. 3개의 컨트롤러로 최대 6개의 포트를 지원했다. AC97의 버전 또한 2.3으로 올라가서 입력 채널에 모두 독립적인 DMA 전송이 가능하게 되었고, 6채널까지의 출력을 지원했다.
860칩셋은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를 위한 칩셋으로, 850과 비슷한 사양이지만 지원 메모리 용량이 커졌으며 제온 프로세서의 듀얼 구성이 가능했다. 또한 모바일용 프로세서를 위해서는 845MP와 MZ가 있는데, 스피드스텝을 지원하며 다소 전력소비가 줄었다. 845MP는 최대 1GB, MZ는 512MB의 메모리를 지원한다.
드디어! 8 시리즈의 완성을 본 '865 & 875'
2003년 봄, 인텔은 새로운 노스우드 프로세서, 노스우드 'C' 시리즈를 발표했다. 이 프로세서는 기존의 노스우드에 비해 많은 점이 달라졌다. FSB가 800MHz로 올랐으며, 프로세서 차원에서는 하나의 프로세서에서 두 개의 논리 스레드를 부가해 처리할 수 있는 '하이퍼스레딩(Hyper Threading)'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 프로세서와 함께 등장한 칩셋이 865/875이다. 865 시리즈는 메인스트림 급으로, 875는 퍼포먼스급 이상으로 포지셔닝 되었다. 이 칩셋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DDR 메모리의 듀얼 채널 구성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DDR 400 메모리를 듀얼 채널로 구성하면 이론적으로 대역폭은 6.4GB/s가 되며, 이는 FSB 800MHz의 시스템 대역폭과 맞아 들어간다. 이를 통해 850 이후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하던 펜티엄 4 시스템들의 제 성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875P에서는 듀얼 채널 메모리와 함께 PAT (Performance Acceleration Technology)가 추가되어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또한, AGP 8X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넓어진 시스템 대역폭 덕분에 한층 여유있는 운영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그래픽카드의 전송 데이터 양은 AGP 4X 수준에서도 충분했기 때문에 4X 때처럼 큰 반향은 없었다.
재미있는 점은, 865과 875 칩셋에는 기가비트 이더넷 기능이 추가되어 있는데, 위치가 그 ICH가 아니라 MCH라는 것이다. 이는 기가비트 이더넷의 대역폭을 처리하기엔 ICH쪽에서 적당히 사용할 만한 인터페이스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ICH에도 기존의 이더넷 컨트롤러가 남아 있고, 메인보드 제작사들은 이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 865와 875 칩셋은 800 시리즈의 완성판이다.
ICH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저장 장치 부분이다. ICH5에서는 처음으로 시리얼 ATA (Serial ATA)가 지원되기 시작했다. 두 개의 포트를 가지고 있었으며, 초당 전송률 150MB/s 규격을 따르고 있었다. USB 컨트롤러는 4개를 장착하여 8개의 포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전원 관리 규격도 ACPI 2.0을 지원해서 더 발전된 관리를 보여주게 되었다.
무엇보다, ICH의 라인업이 바뀌었다. ICH4까지는 일반적인 데스크탑 대응의 ICH, 모바일 칩셋과 조합되는 ICH-M, 서버급의 칩셋과 조합되는 ICH-S 시리즈가 있었는데, 이를 ICH와 ICH-R로 개편했다.
ICH-R은 자체적으로 하드디스크의 RAID 구성을 지원한다. ICH5R은 단순히 RAID 0만 지원했지만, 이후 모델들은 많은 발전을 보여주게 된다. 이 두 모델은 메인보드 제조사에서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메인보드의 선택 폭은 더 넓어지게 되었다.
내장 그래픽 모델로는 865G/GV가 있으며, 저가형 모델로는 865PE의 싱글 채널 메모리 컨트롤러 버전이라 할 848P가 있다.
PCI Express 시대를 연 900 시리즈
▲ 910 / 915 / 925 칩셋 시리즈
▲ 945 / 955 칩셋 시리즈
인텔은 2004년 6월, 915, 925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 칩셋들은 기존의 800 넘버가 아니라 900 넘버로 등장했고, 기존의 칩셋에 비해 많은 점이 달라져 있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AGP를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픽 카드를 위한 인터페이스로는 PCI Express 16x을 제공했고, 일반 장치의 연결에는 ICH를 통해 PCI Express 1x와 PCI 2.3을 지원했다.
PCI Express는 고속의 양방향 직렬 연결 라인으로 구성된다. 이를 ‘레인(lane)'이라고 호칭하며, 이 레인을 묶어서 슬롯을 구성한다. 최대 16레인을 구성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그래픽카드가 16레인을 묶은 ’PCI Express 16x' 슬롯을 사용한다. 한 레인은 250MB/s의 전송 속도를 가지며, 이를 16x로 구성할 경우 4GB/s의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AGP 8X의 대역폭 2GB/s의 두 배에 이른다.
이 규격은 상당히 유연한 규격이므로, 필요에 따라 다른 구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칩셋이 지원하는 경우에는 16x 하나를 8x 두 개나 다른 구성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이를 사용한 것이 nVIDIA의 SLi, AMD의 CrossFire 구성이다.
또한, 메모리 컨트롤러에서는 DDR2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DDR2 메모리는 메모리 클럭보다 I/O 클럭을 두 배 빠르게 동작시켜서 기존의 DDR에 비해 고클럭에서 작동하는 메모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단점은 DDR에 비해 레이턴시가 다소 늘어난다는 것이었지만, 고클럭에서의 최대 전송률 면에서는 DDR을 압도했다.
최대 메모리 지원은 4GB였는데, 실제 4GB 구성에는 난관이 있었다. 32비트 기반 시스템의 메모리 영역은 최대 4GB이고, 이는 모든 시스템의 메모리의 총 합이므로 4GB의 메모리를 장착하더라도 실제로는 모두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32비트 기반의 프로세서가 가지는 선천적인 한계이다. Intel 64 명령어 셋을 사용해서 64비트 OS를 사용할 경우에는 이 문제는 해결되어야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945 시리즈의 경우, 64비트 체계로 메모리 주소를 바꾸어 주는 ‘메모리 리매핑’ 기능이 없다.
프로세서 지원 면에서는, 915/925 시리즈는 펜티엄 D 시리즈를 지원하지 못했다. 또한 945/955 시리즈는 코어 2 듀오 시리즈 지원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일부 칩셋에서는 지원하지만, 일부 칩셋에서는 지원하지 못했으므로 지원 문제가 상당히 복잡했다. 이런 호환성 면에서의 문제 덕분에 900 시리즈의 초기 모델들은 시장에서 단명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 900 시리즈는 MCH와 ICH 모두 많은 변화가 있었다.
ICH 또한 ICH6로 넘어가면서 많이 바뀌었다. PCI Express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성되는 만큼 기존의 허브 연결로는 도저히 대역폭을 맞출 수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GB/s의 DMI (Direct Media Interface) 연결로 바꾸었다. 이를 통해 ICH와 MCH간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PCI Express 슬롯과 ICH의 수많은 부가기능들의 전송량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저장장치 부분에서는 SATA 컨트롤러가 개선되었다. ICH5보다 늘어난 4포트를 제공했고, R 시리즈에서는 RAID 1과 AHCI 모드를 처음 지원해주기 시작했다. ICH7에서는 150MB/s의 SATA1 규격에서 300MB/s 전송률을 가지는 SATA2 규격으로 바뀌었으며, R 시리즈에서는 RAID 5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 부분에서는 865, 875에서 지원하던 기가비트 지원이 빠졌다. 칩셋 차원에서는 100Mbps Fast 이더넷 규격만 지원하고, 기가비트가 필요한 경우 PCI Express에 별도의 솔루션을 연결하여 사용하도록 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맞은 부분이라면 오디오 부분일 것이다. 코드명 ‘Azalia’ 로 불리던 HD 오디오 컨트롤러가 ICH6에서 처음 탑재되었다. 이는 기존의 AC97 코덱의 16비트나 20비트 수준의 샘플링 수준을 뛰어넘은, 최대 32bit 192KHz의 하이 퀄리티 오디오 기능을 제공했다. 외부 코덱은 최대 3개의 조합을 지원했으며, 4개의 입,출력 채널을 지원하는 등 왠만한 사운드 카드를 압도하는 스펙을 보여줬다.
925XE는 925X의 FSB 1066MHz 지원 버전이며, 익스트림 에디션 프로세서를 지원하기 위해 나온 칩셋이다. 펜티엄 4 익스트림 에디션 중 3.46GHz, 3.73GHz 모델의 FSB는 1066MHz였고, 이를 정식으로 지원하는 칩셋은 925XE 뿐이었다.
내장 그래픽에서는 GMA 시리즈가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GMA 시리즈는 8시리즈에 사용되던 ‘익스트림 그래픽스’에 비해 많은 성능 개선이 있었다. GMA900은 쉐이더 2.0을 지원했으며 (버텍스 쉐이더는 소프트웨어 지원), Direct X 9.0을 지원했다.
945 시리즈에 사용된 GMA950과 GMA 3000은 DirectX 9.0c를 지원했으며, 최대 사용 가능 비디오 메모리가 늘어났다. GMA950은 아직도 아톰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에서 볼 수 있다.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칩셋 라인업의 분리
▲ E7500 칩셋 시리즈
▲ E7200 칩셋 시리즈
인텔의 칩셋 전략에서 펜티엄 4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게 있다면,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레벨의 칩셋들은 완전히 다른 제품군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는 제온 프로세서가 기존의 펜티엄 프로세서와는 별개의 라인업을 구성함에 따라 이루어 진 것이다.
워크스테이션 제품군에 925X나 955X처럼 데스크톱 제품군에 걸쳐 있는 칩셋도 있지만, E7000 시리즈가 더 본격적인 워크스테이션, 서버 제품군의 칩셋이라고 볼 수 있다.
제온과 펜티엄 라인업의 가장 큰 차이는 멀티프로세서 지원이다. 멀티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온과 이 서버급 라인업의 칩셋을 사용하여 시스템을 구성해야 했다. 기존의 펜티엄 시리즈를 지원하는 칩셋은 멀티프로세서 지원 기능이 빠져 있으므로, 새로운 칩셋과 새로운 라인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라인업이 이 E7000 라인업이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고용량의 ECC 메모리 지원과 함께 PCI-X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CH는 주로 6300ESB나 ICH 시리즈를 같이 사용했는데, ICH의 버전이 올라가면서 서버를 위해 따로 만든 ICH가 아니라 ICH-R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PCI Express 링크를 사용해 듀얼 기가비트 이더넷을 지원하기도 했다. 인텔의 PCI Express 지원 칩셋은 MCH와 ICH에 모두 PCI Express 레인을 가지고 있고, 기가비트 이더넷은 이 중 적당한 레인에 붙이는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라인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E7200 시리즈는 기존의 펜티엄 4 프로세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워크스테이션 레벨이나 엔트리급 서버용 칩셋이다. SMP 지원은 빠져 있고, 사용 가능한 메모리 또한 E7500 시리즈에 비해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메모리에 ECC 지원이 들어가 있고, 칩셋 차원에서 PCI-X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한편, E7500 시리즈는 좀 더 본격적인 서버를 위한 칩셋이다. 제온의 멀티프로세서 구성을 지원하며, 메모리 또한 16GB 이상을 지원한다. PCI-X 슬롯은 주로 PCI-X 허브 역할의 별도의 칩을 통해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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