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보드를 고를 때 소비자들이 무엇을 가장 먼저 볼까? 일반적으로는 메인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를 제일 먼저 보게 된다. 아무리 좋은 메인보드라 해도 프로세서와 맞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을 볼까? 아마 메인보드에 사용된 '칩셋'일 것이다. 이 칩셋은 메인보드의 성격을 결정한다. 칩셋은 메인보드와 프로세서를 연결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메인보드가 제공하는 기능들은 대개 칩셋이 제공하는 기능들이다. 인텔(Intel)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에서는 네할렘(Nehalem) 아키텍처 이전의 모델까지는 모두 메모리 컨트롤러가 칩셋에 포함되어 있었고, 메모리 성능은 곧 칩셋과 메인보드의 성능으로 연결되었다. SLi나 크로스파이어(CrossFire) 기술 또한 칩셋에 해당 구성에 대한 기능이 있어야 메인보드에서 구현이 가능하다.
메인보드의 성격은 칩셋이 결정하고, 이 칩셋의 변천사는 곧 PC의 변천사가 된다. 네할렘 아키텍처이 시장에 선보이면서 메인보드 칩셋의 구조 또한 한 세대가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인텔의 메인보드 칩셋들을 살펴보면서 20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텔 칩셋의 기원은?
인텔이 처음 칩셋을 사용한 건 언제였을까? 이런 질문에 쉽사리 답할 수 있는 유저는 흔치 않을 것이다. 1981년, 인텔의 프로세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를 결합한 IBM PC의 등장 이후 이미 20년 이상이 훌쩍 넘었고, 현재 왠만한 올드 유저라고 해도 이 IBM PC의 오리지널이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생히 기억할 만큼 연배가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예전 286, 386 시절에도 칩셋의 개념은 존재했다. 아주 최근까지도 인텔의 프로세서에는 메모리 컨트롤러가 프로세서 외부에 있었고, 이 프로세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외부 버스 컨트롤러와 메모리 컨트롤러 등이 모두 필요했다. 이들을 모두 따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고가 필요했고, 당시의 PC가 고가였던 데는 이런 설계의 난해함 또한 크게 작용했다.
이를 쉽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운영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집적해서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인 ‘칩셋’이 필요하게 되었고, 몇몇 업체에서 인텔의 프로세서에서 사용이 가능한 칩셋을 설계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텔 또한 자사의 이름을 걸고 이 솔루션을 판매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해 초창기에는 ZyMOS의 80286,80386 프로세서 대응 칩셋을 라이센스 받아 제공하였다.
최초의 인텔 칩셋은 1988년 9월 13일에 발매된 82350 칩셋이다. 이 칩셋은 몇 번의 리버전과 세부 버전이 바뀌어 가면서 486까지도 대응이 가능했다. 그런데 82350 시리즈 칩셋들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장에서는 실패했다.
이는 당시 가격이 비싼 EISA(Extended Industry Standard Architecture)를 사용한 탓이 컸다. EISA는 32비트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최대 33MB/s의 상당히 빠른 전송 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장치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결국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전설의 시작, '80486' 프로세서용 칩셋
80486은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기존의 80386 프로세서에 비해 큰 성능 향상을 가져왔으며, 기존에는 따로 존재했던 '코 프로세서(Co-processor)'를 내장했다. 또한 인텔 프로세서에서는 처음으로 배수 개념을 도입한 프로세서이기도 하다. DX2는 2배수, DX4는 3배수로 동작한다.
인텔은 이 80486을 위해 세 종류의 칩셋을 발표했다. 420TX/EX/ZX가 그것인데, 이 칩셋들은 PCI를 기반으로 한 칩셋이다. 또한 이 칩셋들의 특징은 대용량 메모리의 지원과 함께, 칩셋 차원에서 IDE의 지원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당시에는 I/O 처리를 위해 별도의 칩이나 카드를 사용해야 했다.
420TX에서 ZX, 즉 Saturn에서 Saturn II로 가면서 달라진 점은 L2 캐시 메모리의 구동 방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Saturn II' 칩셋은 L2 캐시 메모리의 Write-Back 방식을 지원했다.
이는 L2 캐시의 데이터를 갱신할 때, 데이터가 바뀔 때마다 갱신하지 않고, 일정한 타이밍에 변경점을 한 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L2 캐시의 효율을 개선해서 속도의 개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Saturn II에서는 새로 등장한 DX4 프로세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법' 인텔 펜티엄용 칩셋
펜티엄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칩셋에서는 기존의 486 프로세서를 지원하던 프로세서에 비해 많은 점이 바뀌었다. 일단 FSB가 대폭 올라갔으며, 외부 인터페이스가 64비트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그 당시의 72핀 FP, EDO 메모리들은 두 개씩 짝을 지어 써야 했다.
인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0VX에서 SDRAM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SDRAM은 아직까지도 가끔 볼 수 있다. 규격 측면에서 168핀 소켓을 사용하고 데이터 인터페이스가 64비트이다. 펜티엄 계열의 시스템에 사용할 경우에, 단 하나의 모듈을 가지고도 대역폭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칩셋 차원에서 PIIX 칩을 사용한 IDE의 지원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 PIIX 칩이 등장하면서, 인텔 칩셋은 주요 인터페이스에서 자사의 칩셋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어, PIIX의 등장 이후 외부 컨트롤러는 특정 목적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 세대를 지나오면서 USB 컨트롤러 지원이 추가되기도 했다. 82371SB에서 인텔은 USB 1.1 지원 컨트롤러를 내장했으며 하나의 컨트롤러에서 두 개의 포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IDE에서는 기존의 PIO 방식에서 MWDMA 방식을 거쳐, Ultra-DMA 33이 등장했다. Ultra-DMA 33은 퀀텀과 인텔에 의해 개발된 방식이다. 초당 33.3MB를 전송할 수 있었으며 DMA 방식을 사용해 프로세서의 부담을 대폭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신호 전송을 한 사이클에 두 번 수행하여 기존에 비해 두 배 빠른 전송률이 가능했다. 또한 CRC 검사 기능의 추가로 데이터의 신뢰성 또한 높였다.
430NX, HX는 서버 구성을 위한 칩셋이다. 다중 프로세서 지원이 가능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칩이 더 필요했다) 메모리 지원에서 에러보정을 위해 패리티나 ECC를 지원했다. 또한 최대 지원 메모리 용량 또한 컸다.
▲ 이 때부터 노스/사우스 브릿지의 개념이 자리잡혔다. 그림은 430HX 블록 다이어그램.
지금도 통용되는 노스 브릿지, 사우스 브릿지의 개념이 이 때 잡히기 시작했다. 430HX나 430TX의 경우엔 단 두 개의 칩으로 구성된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컨트롤러, 그리고 비교적 고속 I/O를 담당하는 칩을 노스 브릿지, 비교적 저속의 IDE나 각종 레거시 포트를 담당하는 칩을 사우스 브릿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명칭은 이후 인텔이 칩셋의 연결 구조를 바꾸는 800 시리즈 칩셋에 가야 바뀌게 된다.
소켓 7을 사용한 이 펜티엄용 칩셋들은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사용되었는데, 인텔이 펜티엄 2에 사용한 슬롯1 시스템의 라이센스를 타 프로세서 업체에 주지 않는 정책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타 프로세서 업체는 이 소켓 7을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430HX 칩셋을 사용한 ASUS의 PI55T2P4 같은 보드들은 엄청난 생명 연장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6세대 프로세서'를 위한 칩셋들
인텔의 6세대 프로세서는 펜티엄 프로부터 시작한다. L2 캐시를 프로세서에 내장하고, 32비트 연산 성능을 대폭 강화한 이 프로세서는 그 당시 주로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시장을 노렸다. 칩셋 또한 이런 방향에 맞추어 개발되었다.
초기의 450 시리즈는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시장을 노리고 만든 칩셋이다. 기본적으로 2개나 4개의 프로세서 구성이 가능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450GX는 아예 메모리 컨트롤러를 프로세서 두 개에 하나씩 연결해서 듀얼 메모리 컨트롤러로 최대 지원 메모리 8GB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한편, 펜티엄 2가 등장하면서 6세대 프로세서 또한 일반 유저 시장으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이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된 칩셋이 440LX이다. 또한 440LX는 AGP 규격을 지원하는 최초의 칩셋이었다. AGP (Accelated Graphic Port)는 그래픽 전용 인터페이스로 탄생했다. 66MHz 32비트로 작동하여 266MB/s의 대역폭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기존에 사용하던 PCI 버스의 133MB/s 대역폭의 두 배가 된다.
처음 AGP가 등장할 때는 2X 규격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8X 규격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데이터의 펌핑 방법을 바꿔서 대역폭을 올린 것이다. 2X는 더블 펌핑으로 533MB/s, 4X는 쿼드 펌핑으로 1GB/s, 8X는 한 클럭에 8번 데이터를 밀어넣어서 2GB/s의 전송 속도를 지원한다.
빠른 전송률 이외에도 AGP의 장점이 있었다면 GART (Graphics address remapping table)를 사용한 메인 메모리의 그래픽 메모리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래픽 메모리는 상당히 고가였고, 비교적 저가인 메인 메모리를 사용해서 대용량 텍스쳐 처리를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픽 메모리가 고용량, 고속화되면서 그래픽 메모리와 시스템 메모리와의 속도 차이가 커지고, 이 기능은 존재 의의를 거의 상실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기술 자체는 아직도 남아서 사용되고 있다.
▲ 440BX 칩셋의 블록 다이어그램. '브릿지 구조'의 마지막 세대다.
이 시기에 시장에 큰 족적을 남긴 칩셋은 단연 440BX 칩셋이다. 이 칩셋은 FSB 100MHz를 지원하는 펜티엄 2 프로세서를 위해 출시된 칩셋으로, PC100 SDRAM과 조합해서 기존에 비해 넓은 시스템 대역폭으로 안정적이고 훌륭한 성능을 선보였다. 동시에 역사적일 정도로 인텔의 칩셋 중에서 장수한 칩셋 중 하나다. 듀얼 프로세서를 지원하며, 이를 사용한 워크스테이션용 보드도 많이 출시되었다.
기존 펜티엄 2 프로세서에서 L2 캐시를 줄인 셀러론 시리즈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셀러론 프로세서와 조합될 저가형 칩셋 또한 등장하게 되었다. 440EX는 440LX의 사양을 줄여서 나온 칩셋으로 최대 메모리 용량과 SMP 지원 등이 빠지게 되었다. 또한 440BX의 변형으로는 440ZX가 있는데, 이 또한 SMP 지원과 메모리 컨트롤러에서의 제한을 두었다.
새로운 구조로 재탄생, '800 시리즈 칩셋'
코퍼마인 펜티엄 3의 등장과 함께, 인텔은 새로운 칩셋 제품군을 선보였다. 이것이 800 시리즈로, 810부터 시작해서 875로 끝날 때까지 수많은 제품군이 등장했다. 800 시리즈의 특징은 기존의 노스/사우스 브릿지 구조가 아니라, 허브 구조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MCH(Memory Controller Hub)와 ICH (I/O Controller Hub)를 통해 기존의 칩셋이 가지던 기능들을 재분배하고, 이 칩들간의 연결 방법 또한 기존의 PCI 버스를 이용한 방법에서 허브 연결로 바꾸었다. 일단은 두 칩을 쓰기 때문에 '브릿지' 지칭이 이어지긴 했으나, 개념적인 측면에서 맞는 건 '허브' 지칭이다.
허브 연결은 8비트 폭과 266MB/s의 대역폭을 가진 Point-to-Point 연결이다. 이를 통해 PCI 버스에 집중되던 병목 현상을 다소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허브 연결 덕분에 MCH에 PCI 컨트롤러가 굳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PCI 컨트롤러는 ICH로 넘어오게 된다. 이 허브 연결은 이후 800시리즈에서 꾸준히 사용된다.
초기 800 시리즈들에는 MCH, ICH 이외에도 FWH(Firmware Hub)가 존재했다. 이는 기존의 롬 바이오스보다 더 발전된 관리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는 이후에 ICH로 통합되어 들어가게 되어 지금은 볼 수 없다.
▲ 810 칩셋의 블록 다이어그램. 허브 구조를 가지고, 인텔 최초로 그래픽 코어를 내장했다.
800 시리즈에서는 인텔이 처음으로 내장 그래픽을 가진 칩셋을 내놓았다. 인텔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놓았던 '외장' 그래픽 코어인 Intel 740을 개량한 i752 그래픽 코어를 내장한 것이다.
이는 810 칩셋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저가형 시스템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내장된 그래픽 코어는 IGP(Integrated Graphics Processor)라고 불리며, 인텔은 이 IGP를 내장한 MCH를 GMCH (Graphics Memory Controller Hub)라는 명칭으로 구분한다.
또 하나 주목할 칩셋이 있다면 820이다. 이 칩셋은 SDRAM이 아니라 RDRAM을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디자인되었다. 또한 MTH (Memory Transfer Hub)를 통해 SDRAM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MTH에서 데이터 오염이라는 심각한 결함이 발견됨에 따라, 820에 SDRAM을 사용하는 메인보드는 시장에서 전량 리콜이라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800 시리즈부터 인텔의 칩셋 모델명이 다소 복잡해지기 시작했는데, 숫자 뒤에 붙는 알파벳에 따라 부가 기능이 달라진다. 810과 810E의 차이는 FSB 133MHz의 차이, 820과 820E의 차이는 ICH와 ICH2의 차이이다. 그래서 810E2는 E가 두 개가 붙는 모델이 되어 버렸다.
이는 815에도 그대로 이어져서, 815P는 내장 그래픽이 없는 모델이라 P가 붙고, 815EP는 815P에 ICH2 조합이라 EP가 붙는다. 내장 그래픽만 구성할 수 있는 모델에는 G가 붙는데, 이는 815G에서 처음 등장했다.
830 시리즈는 모바일 프로세서를 위한 솔루션이다. 또한 840은 서버를 위한 솔루션으로 제온 계열 프로세서를 듀얼 구성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인텔의 프로세서 라인이 제온과 펜티엄 계열로 완전히 나뉘고, 펜티엄 계열의 프로세서에서는 멀티프로세서 지원 기능이 완전히 빠지게 되었다. 840은 PC800 RDRAM을 듀얼 채널 구성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멀티 프로세서에 필요한 대역폭을 얻어냈다.
이 시기의 특징은 ICH의 변경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ATA 규격이 Ultra DMA-33에서 66을 거쳐 100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810 이후부터 AC97 코덱 또한 단순히 소리만 내는 수준을 넘어서 다채널 출력을 지원하는 등 기능면에서 급격한 개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또한 ICH2부터는 이더넷 컨트롤러까지 ICH 안에 내장되었다.
|
'팁 & 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텔 메인보드 칩셋 히스토리 : 3부 (0) | 2008.11.18 |
---|---|
인텔 메인보드 칩셋 히스토리 : 2부 (0) | 2008.11.18 |
메인보드 칩셋 선택, 명확한 '진리' 있다 (0) | 2008.10.18 |
최고의 멀티미디어 환경을 원한다면? (0) | 2008.09.14 |
엔비디아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 인터뷰 (0) | 2008.09.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