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el)의 LGA775 소켓 형태의 메인보드가 나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LGA775 소켓 규격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단지 소켓이 같다고 현재의 프로세서와 조합이 가능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LGA775 규격 초기, 그러니까 915 칩셋 기반 메인보드에 코어2 익스트림을 쓸 수 없다는 점은 모두 다 알 일이다.
메인보드는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외부 장치들을 묶어 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외부 장치의 경우엔 대부분 표준화된 규격을 지원하여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원만 되면 문제가 없다. 단, 프로세서와의 연결하자면 프로세서 제품군마다 규격이 조금씩 다르고, 상위나 하위 호환성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메인보드를 교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다.
인텔 코어(Core) 시리즈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들이 시장에서 주력이다. 이들 코어 시리즈 프로세서는 지원 가능한 칩셋 또한 매우 다양하다. 945 시리즈부터 최신 4시리즈 칩셋까지, 세대로만 따지만 4세대에 걸쳐 LGA775 규격 하나만 보고 흘러온 것이다. 그 동안 프로세서는 매우 많이 변화했지만, 그에 버금가게 메인보드 칩셋 또한 세대가 바뀌면서 많은 점이 변화되었다.
P35 vs P43 - 비슷하지만 다른 두 칩셋
▲ 인텔의 최신 메인스트림급 칩셋 'P43'
현재 메인스트림급 시장에서의 대세는 P35 시리즈다. 기존 965의 뒤를 잇는 메인스트림급 라인인 P35 칩셋은 1333MHz FSB 지원 프로세서가 출시된 이후 빛을 보기 시작했다. P35 칩셋을 쓴 제품들이 저렴한 가격에 풀리면서 기존 900 시리즈 기반 메인보드들을 대체하고 순조롭게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P35 칩셋은 4 시리즈 칩셋이 나오면서 짧았던 삶을 마감하는 분위기다. 인텔이 펜린코어 기반 프로세서를 집중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3 시리즈로는 무언가 빠진 듯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울프데일(Wolfdale), 요크필드(Yorkfield) 코어를 제대로 쓰자면, 기본적으로 칩셋 차제가 4 시리즈는 써야 한다. 4 시리즈 자체가 3 시리즈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모두 메꾸는 완성판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칩셋 라인업은 3, 4와 같은 앞의 한 자리를 통해 세대를 구분해 볼 수 있다. 4 시리즈 칩셋이 4세대 칩셋으로 불리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뒤의 한 자리 숫자로는 대상이 되는 시장을 알아볼 수 있다. '8'은 퍼포먼스급 시장, '5'와 '3'은 각각 퍼포먼스와 메인스트림급 시장, '1'은 엔트리급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기존 3 시리즈에서는 '5'가 퍼포먼스와 메인스트림을 모두 감당할 수 있었다. 서드파티 메인보드 업체들이 부가기능을 강화하는 형태로 상품성을 높이는 것도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4 시리즈로 오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정책적으로 끝자리가 '5'인 칩셋은 퍼포먼스에 배치된다. 3 시리즈의 전례도 있고 해서 명시적으로는 퍼포먼스와 메인스트림이지만, 실제 포지셔닝을 보면 '퍼포먼스 ONLY'가 적합하다.
P43 칩셋은 완전히 메인스트림 시장만을 노린다. 그런데 이런 P45와 P43의 차이는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 P45 칩셋에서만 지원되도록 설계된 PCI Express 레인의 분할 기능이 빠져, AMD 크로스파이어 기술을 쓸 수 없는 것이 P43이라고 보면 된다. 나머지 부분, 즉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는 동등한 사양을 보인다.
▲ P35(좌)과 P43(우) 칩셋 다이어그램
P35와 P43을 비교해 보면, 칩셋 다이어그램 자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두 칩셋 모두 지원 프로세서의 초점이 코어 시리즈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시스템 아키텍처가 크게 바뀌지 않은 이상, 칩셋의 디자인 또한 크게 바뀌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PCI Express 슬롯의 규격이 바뀐 것과 메모리 컨트롤러에서의 메모리 최대 지원 용량이 올라간 것, 그리고 조합되는 ICH가 바뀐 것이 그것이다. P35에서는 PCI Express 1.1 규격의 16x 슬롯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P43에서는 PCI Express 2.0 규격으로 바뀌었다. 1.1과 2.0의 차이는 두 배의 대역폭 차이와 함께 공급 가능한 최대 전력량의 차이가 있다.
P45에서는 크로스파이어 기술 지원을 위해 PCI Express 레인을 쪼개어 주기도 하지만, P43이나 P35에서는 그런 기술은 칩셋 자체적으로는 지원하지 않는다. 굳이 크로스파이어를 지원하려면 ICH에서 제공하는 PCI Express 1x 레인 4개를 묶어서 16x+4x 조합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DMI 대역폭에 걸려서 효율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P43과 P35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대 지원 메모리 용량일 것이다. P35에서는 DDR2, 3 모두 최대 8GB를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4 시리즈 칩셋에서부터는 DDR2 메모리 구성에서 16GB를 사용할 수 있다. 64비트 환경이 늘어나면서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에 P43쪽이 더 잘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64비트 OS가 보급되고,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개인 사용자들도 4GB 메모리를 넘어서 8GB 메모리를 구성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대용량 메모리를 구성하는 유저들의 경우에는 한계를 꽉 채우는 P35에 비해 최대 지원 용량에서 여유가 보이는 P43이 좀 더 좋은 선택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P43을 사용하는 메인보드의 경우, ICH10 시리즈와 조합된다. 이 ICH10 시리즈는 P35에서 사용하던 ICH9 시리즈에 비해 좀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많이 사용되는 ICH9와 ICH10 같은 엔트리 레벨 ICH간 비교의 경우엔 ICH9에 비해 10이 좀 더 많은 기능을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로는 SATA(Serial ATA) 지원을 꼽을 수 있다. ICH9의 경우 R시리즈는 6개의 SATA 포트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ICH9의 경우 SATA 포트 4개만을 지원한다. 또한 공식적으로는 AHCI를 지원하지 않는다.
ICH10에서는 굳이 'R'계열이 아니라도 SATA 포트 6개를 사용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4개 이상의 SATA 포트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SATA 규격의 ODD 등으로 인해 아쉬울 때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늘어난 포트 개수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AHCI의 경우에는 메인보드 제조사에 따라 선택사양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ICH9 때와 달리 10때는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AHCI를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추세다. 옵션이 필수가 된 셈이다.
메인보드, 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가?
메인보드는 각 시스템 요소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이 가장 크다. 물론 단순한 연결만은 아니지만, 이 연결이라는 역할에 있어 최대의 미덕은 각 요소들의 본래 성능을 모두 꺼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또한, 메인보드는 사용자가 원하는 시스템 구성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즉, 기능성과 확장성이 성능만큼이나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능성과 확장성이 메인보드에서 중요한 미덕으로 작용하지만, 그 이전에 '성능'이라는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특히 칩셋의 세대가 달라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부분을 수치로 확인하기 위해, 같은 메인스트림급의 제품인 P35, P43 칩셋 메인보드로 같은 시스템을 구성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고로, P43 시스템은 기본지원하는 AHCI 기능을 활성화하고 테스트했다.
전체적인 시스템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PCmark Vantage의 결과이다. 결과는 단위가 없는 절대수치 점수이며 높을수록 좋다. Vantage 패키지는 x64 환경에서 돌릴 경우에 x64용 테스트 패키지를 사용할 수 있고, 이번 테스트에서는 이 x64 패키지를 사용했다. 4GB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하는 x64 플랫폼에서의 실질적인 성능을 볼 수 있다.
결과를 보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테스트에 사용된 메인보드들의 특성이다. P35 메인보드의 샘플로 사용한 Jetway I35P-SG의 경우, 클럭이 조금 높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FSB가 조금 높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고, 그로 인해 성능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해서 오차 범위를 생각해야 한다. 반면, P43 메인보드 샘플인 Intel DP43TF의 경우엔 클럭이 정확하게 들어간다.
결과는 상당히 흥미롭다. 두 메인보드간에 성능 차이는 테스트 슈트별로 다른 성향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면 Gaming과 Music 슈트이다. 이 두 슈트의 경우 P43이 P35와 비교해 예상된 오차 범위를 뒤집고 높은 점수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특히 Gaming 슈트에서 두드러진다.
전체 스코어 역시 P43이 오차라고 보기엔 다소 큰 차이를 보이며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메모리 컨트롤러의 최적화와 PCI Express 2.0 등의 변화와 함께, ICH10에서의 AHCI 지원 등이 종합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무언가 살짝 모자랐던 3 시리즈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 칩셋답게, P43이 P35를 전반적으로 앞섰다.
다음은 Everest 4.60.1500을 통해 메모리 컨트롤러의 성능을 체크했다. FSB 1333MHz, 메모리 세팅은 5:6 800MHz 5-5-5-15의 DDR2-800 메모리 기본값으로 세팅되어 있다.
3시리즈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4시리즈인 만큼 성능 차이는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 단지 메모리 복사 성능에서 다소의 차이가 보였는데, 메모리 컨트롤러 부분에서 효율이 다소 개선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레이턴시 부분에서는 클럭이 다소 높게 들어가는 P35 쪽이 적은 레이턴시를 보였지만,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소 개선이 있었긴 하지만, 이 정도 차이라면 성능 면에서는 오차범위 이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Sisoft Sandra Lite 2009를 사용해 확인한 결과 또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디스크 성능에서 조금 우위에 있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또한 멀티코어 효율에서 대역폭이 P43이 조금 높게 나오는데, 이 또한 3% 정도의 차이이다. 전체적인 기본 성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앞서 본 여러 테스트 결과에서 처럼, 칩셋이 세대를 달리함에 따라 다른 면모를 성능에서 보여준다면, 구버전보다는 신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P43은 P35에 비해 FSB 1333MHz와 45nm 공정 코어 시리즈 프로세서를 확실하게 지원해 준다. 또 늘어난 최대 메모리 지원 용량과 PCI Express 2.0, ICH10의 늘어난 SATA 포트 개수와 AHCI 지원 등이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제공한다.
앞으로 업그레이드를 생각할 때, 그래픽카드가 필요로 하는 대역폭이 늘어날 것은 당연한 일이고, 메모리의 사용량 또한 현재 윈도우 비스타(Windows VISTA) x64 버전의 경우 쾌적하게 쓰기 위해서는 4GB 이상의 메모리가 필요하다. 이 경우 P35 기반의 메인보드로는 현재엔 별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필요 메모리 용량이 늘어날 경우에는 이를 제대로 받아주기 힘들다.
구관은 구관일 뿐.
▲ 구관을 구관일 뿐이다. '2way'라고 해서, 위 시스템을 '지금'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속담 중에 '구관이 명관' 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고, 생활에서 이 말을 실감할 때도 많다. 하지만, 컴퓨터 산업에서는 이런 속담은 통하지 않는다. 컴퓨터에서는 세대 차이가 크든 작든 넘기 힘든 벽을 만든다. 예전 세대의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이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신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은 당연하게도 예전 제품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3 시리즈 칩셋은 지금 당장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는 언제까지나 '지금 당장'일 뿐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1년 이내의 가까운 미래만 봐도 3 시리즈의 한계가 사용자의 발목을 잡을 여지는 충분하다. 또 여기에 64비트 운영체제를 쓰는 사람이라면 3 시리즈 칩셋은 2%가 아니라 20%는 모자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달리 4 시리즈 칩셋은 현재 쓰이는 LGA775 기반 칩셋의 최종 완성판이라 할 수 있다. 인텔은 이미 5시리즈 칩셋을 네할렘(Nehalem)코어 기반의 프로세서용 칩셋으로 발표한 상태이다. 하지만 인텔의 로드맵에는 꽤 오랫동안 현재의 펜린(Penryn) 코어 프로세서 라인업이 존재한다. 네할렘이 나온다고 해서 펜린 프로세서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현재 LGA775 기반 시스템은 이로 인해 최소한 2010년까지는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인텔이 새로운 칩셋을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그래픽 하드웨어나 메모리 용량 등에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생각할 때 어떤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를 선택할 지에 대해서 선택은 분명해진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구관이 명관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명관이 되지는 못한다. 컴퓨터가 디지털 기기인 만큼 이는 절대적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펄스'의 정교함을 따지는 승부가 아니라 '클럭'의 승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구관이 명관'이라는 이론을 내세운다면 뒤쳐질 뿐이다. 최소한 컴퓨터 산업에서 구관은 구관일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다.
|
'팁 & 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텔 메인보드 칩셋 히스토리 : 2부 (0) | 2008.11.18 |
---|---|
인텔 메인보드 칩셋 히스토리 : 1부 (0) | 2008.11.18 |
최고의 멀티미디어 환경을 원한다면? (0) | 2008.09.14 |
엔비디아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 인터뷰 (0) | 2008.09.14 |
엔지니어링 샘플은 '밀봉' 따야 제 맛! (0) | 2008.09.14 |
댓글